경기ㆍ인천 선대위 발대식에서도
발언 일절 안하고 당기만 흔들어…빨간색 점퍼도 안 입어
‘경남지사직 꼼수 사퇴’ 논란에 휩싸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을 의식해 꿀 먹은 벙어리 신세로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 홍 후보는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차단하기 위해 지사직 사퇴를 미루는 바람에 현행법상 자신의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다.
홍 후보는 7일 경기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ㆍ인천 지역 선거대책위 발대식에서 공개 발언을 일절 하지 않은 채 당기(黨旗)만 흔들었고 한국당 상징인 빨간색 점퍼도 일부러 입지 않았다. 사회자는 “선거법을 준수하기 위해 홍 후보의 인사 말씀은 따로 듣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전당대회 당시 홍 후보의 수락 연설을 담은 동영상을 틀었다. 당시 홍 후보는 경선 후보자로 선거운동이 가능했지만 후보 확정 이후부터는 지사직을 버리고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이 불가능하다. 홍 후보는 4일 대구ㆍ경북(TK) 지역 선대위 발대식에서 “TK가 뭉쳐서 홍준표 정부를 만드는 게 박근혜를 살리는 길”이라고 발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준수 촉구 공문을 받았다.
홍 후보는 이날 당원들을 향한 지지 호소도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의 입을 빌리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정 권한대행은 “홍 후보만이 법과 정의를 지키는 깨끗한 대통령, 모래시계 대통령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는 4월 10일부터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계산이다. 공직자 사퇴 시한 마감일인 9일에 지사직을 사퇴하고 다음날 선관위에 통보해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8일 열리는 한국당 중앙선대위 발대식에서도 홍 후보의 인사 시간은 1분만 배정됐다. 홍 후보는 이날 안양 중앙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루만 더 견디면 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이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했으며 이 자리에서 이 전 총재는 “좌파 색깔이 약하다는 이유로 연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며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양=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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