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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의 엄중함 보여 준 최순실 20년 중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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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의 엄중함 보여 준 최순실 20년 중형 선고

입력
2018.02.13 19: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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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이자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3일 최씨의 18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지 1년3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선고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25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까지의 국정농단 사범 가운데는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법정구속했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단 출연 모금이나 삼성에서의 뇌물수수 등 최씨의 공소사실 상당 부분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국정농단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이를 타인에게 나눠 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까지 초래한 죄책이 대단히 무거운데도 범행을 부인하는 등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가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씨에 대해 중형이 선고됨에 따라 박 전 대통령도 이르면 다음달 내려질 1심 선고에서 중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씨 판결에서 주목됐던 부분은 최씨에게 돈을 건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대거 무죄가 나온 뇌물 혐의에 대한 판단이었다. 최씨 재판부는 논란이 된 이 부회장 항소심의 주요 판단 근거였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한 청탁이 없었다”는 내용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특검이 삼성 승계작업 청탁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선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여지를 남겼다. 결국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 인정 여부는 대법원이 결정해야 할 몫이 됐다.

삼성의 뇌물 액수와 관련해서도 최씨 재판부는 이 부회장 항소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과 관련해 사용한 마필 구입비 등 72억여원을 뇌물로 봤다. 반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마필 소유권이 최씨가 아닌 삼성에 있다며 마필 구입비를 제외한 36억여원만 뇌물로 인정했고, 이는 집행유예 선고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역시 대법원에서 법리 적용을 따져 볼 문제로 남은 셈이다.

최씨 1심 선고가 끝나 국정농단 사범으로 기소된 51명 가운데 남은 피고인은 박 전 대통령 등 단 세 명이다. 국정농단 사건은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적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사법부는 남은 재판도 법과 양심에 따른 엄정한 판단으로 상식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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