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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사장이 쥐락펴락… 6년째 교장 없는 숭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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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사장이 쥐락펴락… 6년째 교장 없는 숭실고

입력
2015.04.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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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교감을 신임 교장에 추천

측근들 이사 선임해 전권 행사

"학생들 피해… 이사장 자격 박탈을"

교사·학부모들이 법원에 탄원서

시교육청은 법정 다툼 우려 뒷짐만

2010년 공사비 횡령 등의 비리 문제로 교장이 물러난 이후 무려 6년 간 후임 교장 없이 파행 운영되고 있는 서울 숭실고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재단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학교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재단을 상대로 교사와 학부모들이 문제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숭실고 학부모 회장단과 학교운영위원회 임원 31명은 “재단 이사장의 지위와 자격을 박탈하고 관선 이사를 파견해 학교를 정상화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일에는 이 학교 교사 58명이 “재단 이사회의 불법적 운영에 맞서 학교를 정상화 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었다.

이들은 재단 이사장인 장모씨가 비민주적으로 교장을 선임하려 하는 등 전횡을 일삼아 학사 관리와 학교 발전 사업 추진 등에 파행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학부모회와 교사들에 따르면 장 이사장은 지난해 7월 횡령 등의 비리에 연루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유 모 교감을 교장으로 임명하려다 교사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숭실고의 보직교사들은 항의의 뜻으로 전원 보직 사퇴했고, 학생들은 교내에 장 이사장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학부모와 교사, 일부 이사와 동문 대표들이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투표를 통해 교장을 선임하는 안을 제안했지만 장 이사장의 거부로 무산됐다.

장 이사장이 교장으로 임명하려 했던 유 교감도 퇴직해 현재 숭실고는 교장과 교감 자리가 모두 비어있다. 이 학교 교사 A씨는 “당장 예산이 없어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의 보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학생 지도에 신경 써야 할 교사들이 학내 분규에 휘말려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대학 수시 모집에는 학교장 추천이 필수인데 아이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경시대회나 동아리 활동도 다른 학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C씨는 “학생들도 학교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숭실고의 파행은 2010년 드러난 비리 문제로 시작됐다. 당시 시교육청 특별 감사에서 교장, 교감 등이 연루된 공사비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해당 교장은 사임했고 당시 이사였던 장 이사장도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원 취임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장 이사장은 소송을 벌였고, 2013년 대법원은 ‘임원 취소 처분은 과하다’며 장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장 이사장이 측근 인사들로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주장했고, 장 이사장에 반대하는 일부 이사들은 이사 선임 과정의 문제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는 이사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고, 장 이사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한 교육 관계자는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진의 다수를 장악하면 학교 운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라며 “재단의 학교 파행 운영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 개입하면 또 다른 법정 다툼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신임 이사 선임 등에 대해 대법원의 빠른 판결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 이사장은 “일부 학부모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이사 선임은 시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이뤄진 것이고, 교장도 이사회를 통해 정당하게 선임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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