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계기로 금융사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위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9월 중 혁신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삼성증권이 112조원어치의 유령주식을 발행하는 배당사고를 낸 것도 결국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학계, 법조계 등 외부전문가 6명으로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TF를 구성해 9월 중 최종안을 내놓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TF 위원장은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가 맡았다. 고 교수는 지난해 금감원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금감원 혁신을 위해 꾸려진 TF에서도 혁신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번 TF 구성은 윤 원장이 밀어붙인 것이다. 최근 잇따라 금융사고가 터지자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는 게 윤 원장의 생각이다. 윤 원장은 이날 TF 1차회의에 참석해 “최근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물론이고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미 당국으로부터 제재금을 부과받은 사례는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이라며 “내부통제에 대한 금융기관 임직원의 관심과 책임의식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뿌리가 견고한 나무가 가지도 무성하고 번성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사자성어 ‘고근견지(固根堅枝)’를 인용하며 “내부통제는 금융기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소비자 보호를 지탱하는 뿌리와 같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TF 위원들에게 “내부통제 사고를 야기하는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눈앞의 이익만 좇는 금융인들의 근시안적 영업행태가 내부통제 사고의 원인”이라며 “내부통제 운영 결과에 상응하는 합리적 보상과 책임부과 체계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TF엔 금감원과 금융기관 임직원은 빠졌다. TF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TF는 8월 말까지 혁신방안을 마련해 9월 발표한다. 금감원은 TF가 마련한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올 하반기 금융사 내부통제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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