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새벽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120여 척 가운데 70여 척이 우리 측 어장으로 넘어와 꽃게잡이를 하자 어민들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다행히 중국 선원들이 잠을 자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떤 불상사가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순간 주민들의 생업을 돕고 안전을 지켜줘야 할 공권력은 어디에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꽃게철인 4~6월과 9~11월에 집중적으로 NLL 주변에서 불법 남획을 하는 중국 어선들 때문에 이 일대 어족 자원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해군 레이더망에 잡힌 중국 어선은 2013년 1만5,500척에서 2015년 2만9,600척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우리 어민들의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그 동안 어민들은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해군과 해경에 수없이 요청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니 어민들이 “앞으로도 주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중국 어선들이 NLL 북쪽으로 달아나면 군사 충돌 우려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해경의 설명도 일리는 있다. 중국 어선들도 이를 교묘히 악용해 NLL을 제집 드나들 듯하면서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다. 하지만 어민도 보호하지 못하고, 불법조업 어선도 단속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주민들이 중국 어선을 직접 잡아서 당국에 넘기는 현실은 아무리 봐도 비정상적이다. 일각에서는 해경이 해체돼 국민안전처 산하로 들어간 뒤 해경의 단속 능력이 더 악화됐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꽃게를 비롯한 서해 어족 자원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민과 시민단체는 정부가 근본대책을 마련해 주길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10월 한중어업공동위원회가 채택한 불법조업 방지를 위한 합의문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중국측에 합의문 이행과 강력한 단속을 촉구해야 한다. 남북이 중국의 불법어로에 함께 대응하는 방법도 강구할 만하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어로수역 지정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항구적 합의가 어렵다면 일단 ‘꽃게 철’만이라도 시행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근원적이고 다각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문제가 어민 생계와 어족자원 보호라는 절대적 요구에 의한 것임을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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