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한반도 배치 계획 철회까지 요구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회견이 사드 배치의 기정사실화라는 우려 속에 반발 수위를 더욱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 “우리는 관련국이 이 계획을 포기하기를 희망한다”면서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현재의 긴장 국면 완화와 지역의 평화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훙 대변인은 “한반도의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태도는 결연히 반대하는 것”이라며 “이것(사드)이 중국의 국가 안전 이익을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도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중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명확한 반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또 북한 핵 문제의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 추진을 주장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병행 추진) 사고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반도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중국은 시의적절한 때에 (평화협정 전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체제 안전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사실상 대변하는 것으로 초강경 대북 제재 추진 과정에서 ‘중국 책임론’ 제기, 사드의 한국 배치 협의 등으로 자국을 압박하는 한미 양국에 대한 반발의 강도를 더욱 높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왕 부장은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심각한 위반임을 지적하며 “조선(북한)은 필요한 대가를 치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제재와 압력만 가지고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군사적 수단은 더욱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자 회담의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에 속한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ㆍ永興島)에 최근 사거리가 200㎞인 HQ-9 지대공미사일을 배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 왕 부장은 “융싱다오에 제한적이면서 필요한 방위시설을 배치한 것은 국제법상 주권국가의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한편, 아세안 10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던 미국의 구상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초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동중국해 내 도발행위 자제를 포함시키려 했지만, 일부 아세안 회원국의 소극적 태도로 국제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와 해양안보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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