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화계 결산<3> 클래식ㆍ국악ㆍ무용
클래식계에는 호재와 악재가 이어지는 한 해였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개관 후 28년만에 서울에 들어선 대형 클래식 공연장 ‘롯데콘서트홀’이 문을 열며 클래식 시장의 지평을 넓힐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두 달 뒤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악계는 하반기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뒤숭숭했다. 무용계는 뜬 별과 진 별의 소식이 이어졌다.
밥상 차렸으나 연이은 악재에 휘청한 클래식계
롯데콘서트홀은 8월 개관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1,500억원을 들여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2,036석 규모를 갖춘데다, 국내 최초로 ‘빈야드(vineyardㆍ객석이 무대를 포도밭처럼 감싼) 타입 콘서트홀’로 만들어져 객석 어디서든 명징한 음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롯데홀은 8월 19일 작곡가 진은숙의 창작 위촉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세계 초연한 무대를 개관 공연작으로 선보인 뒤 12월까지 ‘개관 페스티벌 시리즈’를 통해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였다.
스타 지휘자와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도 잦았다. 세계에서 가장 몸 값이 비싸다는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연초 미국 시카고심포니를 끌고 내한했다가 5월 다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90세 노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이끈 밤베르크 방송교향악단, ‘번스타인 이후 최고의 음악교사’로 불리는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 함께 찾은 샌프란시스코심포니오케스트라처럼 굵직한 지휘자,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혼란을 겪었던 서울시향도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스위스 출신의 티에리 피셔, 독일 출신의 마르쿠스 슈텐츠를 객원 수석지휘자로 영입해 급한 불은 껐다. 이들은 공석인 예술감독을 대신해 내년 1월부터 3년간 활동하게 된다.
이처럼 밥상은 성대하지만 9월28일 시행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은 클래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유료 관객의 절반 가량을 기업 협찬에 의존해왔던 국내 클래식 시장의 취약함이 드러났다. 예전엔 기업들이 대량으로 표를 사서 초대권 형식으로 VIP고객, 공연 소외 계층 등에게 나눠주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김영란법상 선물 상한액인 5만원을 넘는 공연 가격 때문에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기업 후원을 담당하는 한국메세나협회가 회원사 등 100개사를 조사한 결과 김영란법 때문에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과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 대답한 기업들이 64%를 넘길 정도였다. 올해 초 본보가 전문가 설문을 통해 주목할 만한 공연 1위로 꼽혔던 마리스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공연 같은 경우, 관람석 2층 좌석 일부의 가격이 2만5,000원으로 일률적으로 매겨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영란법을 감안해 2인 5만원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계보가 올해도 이어졌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과 피아니스트 김현정은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의 각 부문 우승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앨리스 앤 엘레노어 쇤펠드 국제 현악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1위,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2위,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 2위를 기록하며 ‘콩쿠르 여신’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콩쿠르 1세대로 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씨가 10월 부산 공연을 앞두고 택시에서 돌연사에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시끄러운 국악계 호재 이어진 무용계
한국무용, 국악계에서는 연이은 잡음이 터져나왔다. 미르재단 초대 이사를 지낸 송혜진 숙명여대 교수가 국악방송 신임 사장에 오르는 과정이 뒷말을 낳았다. 최순실 게이트 핵심인물인 CF감독 차은택씨와 문화융성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송 교수는 자신의 후임 교수 자리에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부인인 오경희씨를 추천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태평무, 살풀이춤, 승무 등 주요 분야에 새 중요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 선정작업 역시 정작 선정은 하지 못하고 논란만 부풀렸다. 문화재청이 진행한 심사위원 선정, 심사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불거지면서 살풀이춤, 승무는 보유자 인정 예고가 보류됐다. 그나마 태평무에서는 양성옥씨가 인정 예고됐으나, 원로 무용인 이현자씨가 심사경위를 문제삼는 등 강하게 반발하면서 8월 인정이 무산됐다.
발레계는 호재였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김기민은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받았다. 최영규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한서혜는 미국 보스턴발레단, 이상은은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에서 각각 수석무용수로 승급됐다. 박세은은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제1무용수로 발탁됐다. 1999년 동양인 최초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거머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발레 ‘오네긴’으로 현역 무용수를 은퇴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2016 문화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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