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 사는 80대 노부부 프란시스(89)와 앤느(86)는 내년 2월3일이 결혼 64주년 기념일이다. 오래도록 해로한 두 사람은 이날 함께 안락사 방식으로 죽기로 했다. 두 사람은 말기암 환자도 아니고 그들을 부양해줄 자녀가 셋이나 있다. 상대방이 먼저 세상을 뜨고 난 후의 외로움이 두려워서 두 사람은 안락사를 선택하게 됐다. 자녀들도 부모가 홀로 됐을 때 돌보기 어렵다며 동반 안락사 계획을 받아들였다.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은 26일 벨기에 온라인 매체 ‘무스티크’를 인용, 프란시스와 앤느가 동반 안락사를 계획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안락사가 합법인 벨기에에서 부부가 함께 안락사를 택하기는 이들이 처음이다. 벨기에는 최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무기수에게까지 안락사를 허용하는 등 안락사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란시스와 앤느의 아들이 의사를 찾아가 부모의 안락사를 요청했다. 처음 찾아간 의사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벨기에 안락사의 82%가 이뤄지는 플랑드르 지역의 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안락사 허가를 받았다. 프란시스는 “아들과 딸이 없었으면 (안락사 계획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마치 터널을 빠져 나와 다시 빛을 보게 된 기분”이라고 기뻐했다.
프란시스는 20년간 전립선암 치료를 받아 왔고 현재는 모르핀 주사 없이는 한시도 지내기 어려운 상태다. 부인은 청력을 거의 상실했고 시력도 부분적으로 잃었다. 하지만 부부는 비용도 비싸고 침대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싫어 요양원과 고급 실버타운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벨기에에선 하루 평균 5명이 독극물 주사로 생을 스스로 마감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안락사가 허용된 사람만 해도 1,800명 수준이다. 그만큼 벨기에에선 안락사가 드문 일이 아니지만 프란시스 부부의 동반 안락사 계획은 다시 한 번 ‘안락사 논쟁’을 부를 전망이다.
영국의 안락사 반대 단체는 이번 결정을 두고 “일단 안락사가 허용되면 관련 법이 확대 적용될 여지가 많다”며 “벨기에서 죽음은 버스에서 내리는 것처럼 가볍게 여겨지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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