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와 레드벨벳, 마마무가 걸그룹 ‘신 삼국지’를 형성했다. 2010년과 2012년 사이 데뷔해 인기 걸그룹으로 안착한 에이핑크와 A.O.A도 힘을 쓰지 못했다. K팝의 주 소비층인 20대는 4세대 걸그룹(2013~2015년 데뷔)에 더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가요계 걸그룹 대전이 한창인 가운데 축제의 달 5월을 맞아 대학생들의 걸그룹별 관심도를 조사해 본 결과다.
대학생들이 축제서 가장 보고 싶은 걸그룹? 트와이스!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걸그룹은 트와이스였다. 지난 13~24일 서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2010년 이후 데뷔한 걸그룹 16팀을 대상으로 ‘대학 축제에서 가장 보고 싶은 걸그룹’(최대 3팀 선정)을 꼽아달라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다. 총 441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트와이스는 187명(42.4%)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대학생들이 1년에 한 번 뜻을 모아 좋아하는 가수를 무대에 세우는 곳이 대학 축제다. 이 곳에서 보고 싶어하는 걸그룹으로 데뷔 6개월 된 트와이스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는 건 마니아를 넘어 평범한 대학생 사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팀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트와이스의 뒤를 이어서는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인 레드벨벳과 마마무가 두 번째로 많은 표(176명·39.9%)를 얻어 공동 2위에 올랐다. Mnet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출신인 아이오아이(157명·35.6%)와 여자친구(107명·24.3%)에 대한 관심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설문 결과는 유행에 민감한 청년들 사이에서 가요계 걸그룹의 세대 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걸스데이, 에이핑크, EXID, 씨스타 등 인지도 높은 3세대 걸그룹(2010~2012년 데뷔) 가운데 톱5에 이름을 올린 팀은 하나도 없었다.
아이오아이 제친 마마무의 약진
설문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트와이스의 ‘건강함’(박은강, 24)과 ‘활기참’(김연우, 21)을 큰 매력으로 꼽았다. “여자친구가 교복을 입고 일본 10대 소녀 같은 풋풋함을 어필했다면, 트와이스는 치어리더의 옷을 입고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미국 10대 소녀의 명랑함을 표현”(김상화 음악평론가)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대만 사이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진 ‘쯔위 사태’ 후 부쩍 높아진 그룹의 인지도가 대중적인 인기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낸 데뷔곡 ‘우아하게’부터 신곡 ‘치어 업’까지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아 음악적 새로움과 완성도를 유지한 점도 인기에 주요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가운데 박진영이 아닌 외부 작곡가가 쓴 타이틀곡으로 활동한 건 트와이스가 처음이다. ‘탈 박진영’의 모험이 통한 셈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SM·YG·JYP엔터테인먼트 출신이 아닌 마마무의 약진이었다. 지난 2월 낸 ‘넌 이즈 뭔들’로 인기를 얻은 마마무는 다른 걸그룹과 달리 “예쁘다”는 언급 없이 “실력파”로 불리며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학 축제 등을 진행하는 메르센엔터테인먼트의 김재형 대표는 “마마무는 여대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며 “대학 축제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유일한 걸그룹이라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화제의 ‘시한부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예상과 달리 4위에 그쳤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네티즌이 투표로 뽑은 아이오아이는 마니아 지향성이 강한 그룹”이라며 “데뷔곡 ‘드림걸즈’에서 큰 매력을 보여주지 못해 노래를 통한 보편적인 인기 면에서는 다소 힘이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승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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