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진하 기자

등록 : 2017.09.25 16:32
수정 : 2017.09.25 19:18

“평창올림픽, 서양식 소통법 버려야”

등록 : 2017.09.25 16:32
수정 : 2017.09.25 19:18

아테네올림픽 개·폐막 총감독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아테네 올림픽 종이배 타는 장면

88올림픽 굴렁쇠 장면서 영감”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서양, 특히 미국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TV쇼 방식의 행사는 고유한 문화적 특색을 가려 버립니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 하계올림픽 개·폐막식의 총감독을 맡았던 세계적 연출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서양식 소통 방법’을 따르지 말 것을 조언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에 참가하기 위해 첫 내한한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3)의 의견이다.

25일 서울 원남동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올림픽과 같은 큰 행사는 특정한 문화의 문을 열어 주는 기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파파이오아누는 무엇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 문화의 독특하고 특징적인 면, 역사에 대한 철학을 보여 줘야 한다”며 “이 나라 최고의 예술가를 고용해야 하지만 상업극에 속한 분들은 지양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파파이오아누는 자신이 연출했던 아테네 올림픽에서 “어린 소년이 종이배를 타고 물을 가르는 장면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굴렁쇠를 굴리는 소년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했다.

그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인생 자체, 다른 문화와의 교류 등 다양하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뿌리를 둔 그리스 역사와 예술의 의미는 그에게 남다른 듯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고대 그리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분절된 이미지와 에로티시즘 등이 많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스파프 무대로 아시아 초연되는 ‘위대한 조련사’는 고대 그리스어 ‘오래된 조련사’에서 유래했는데, ‘오래된 조련사’는 ‘시간’을 의미한다. 파파이오아누는 “작품을 해석하는 건 온전히 관객의 몫”이라면서도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 위해 삶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올해 아테네 오나시스컬처센터에서 초연된 후 세계적인 공연축제인 제71회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 ‘시각적 비주얼이 뛰어난 연극’ 등 호평을 받았다.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위대한 조련사'.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선

인간의 삶 압축한 작품 선봬

절제된 무대로 상상력 이끌어

그는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이 작품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죽음에는 한 자루의 뼈밖에 주지 않는다’는 문장을 인용했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남긴 말이다. “인생을 완전히, 풍부하게 산다는 것은 항상 투쟁의 과정이에요. 인생의 모든 걸 바치고 헌신해야 한다는 문장이라 좋아합니다.”

올해 스파프의 주제가 ‘과거에서 묻다’인 만큼 파파이오아누의 작품은 더욱 주목 받는다. 그는 “인간은 복잡한 문화를 만들어 왔으나 잘못된 창조들로 잘못된 생산물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여백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인이 ‘가만히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본 그의 작품은 군더더기를 걷어 낸 단순한 무대로 유명하다. “단순성을 감사히 느끼게 하는 것이 예술이고 시”라고 생각해, 이러한 예술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절제돼 있는 그의 무대는 상상력을 끌어내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효과를 낸다.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화가로 먼저 인정받았던 그의 이력이 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1986년 에다포스 댄스 시어터를 창설해 실험 무용, 퍼포먼스를 결합해 그리스 예술계에서 입지를 굳혀 온 파파이오아누는 연출가인 동시에 안무가 겸 배우이고, 무대·의상·조명디자이너이기도 하다.

파파이오아누의 주제의식은 올해 스파프 포스터에 응축돼 표현돼 있다. 하늘에 떠 있는 신발과 그 아래 뻗어 내려가는 뿌리를 형상화한 사진은 그가 ‘위대한 조련사’ 초연 당시 작품 포스터로 썼던 사진이기도 하다. 신발은 떠나가는 것, 뿌리는 떠나온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을 의미한다. “2년 전 시리아 내전으로 많은 사람이 유럽으로 넘어오는 위기를 목격하면서 고향을 잃고 새로운 땅에 뿌리내린다는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8세 때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했으나, 시간이 흘러 보니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을 하게 됐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요. 결국 떠난다 해도 원래 내가 있던 곳을 함께 가지고 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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