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1.5%… 자치제 시작 후 최저
노원·강북·도봉·은평구 10%대 불과
市 교부금 투입해도 100% 충족 불가
"자율적 재정운영 여력은 이미 바닥"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재정자립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최저치로 서울시의 교부금이 투입돼도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등 보편적 복지 확대의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5개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31.5%로 1995년 지방자치 시행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 세입 중에서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 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며 이는 해당 지자체의 자율적 재정운영 여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25개 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1997년 59.7%를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3년에 재정자립도가 49.1%로 처음 50%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2009년까지 비슷한 수치를 유지했지만 2011년에 접어들자 급락하기 시작했다. 2011년 47.7%, 2012년 46.0%, 2013년 41.8%를 기록했다. 이어 2014년에는 40%의 벽마저도 무너져 33.6%를 기록했고 올해는 그보다 2%포인트 떨어진 31.5%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 급락의 주 원인은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이다. 현재 25개 자치구는 무상보육에 필요한 재원의 32.5%인 3,430억원을, 기초노령연금 재원의 15%인 2,180억원을 각각 부담하고 있다. 약 5,500억원에 달하는 돈이 복지비로 지출되는 것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재정자립도가 30%를 밑도는 자치구가 25개구 중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강남구(60.0%)와 중구(58.6%), 서초구(57.4%) 등 몇몇 사정이 나은 자치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치구가 30%대 정도의 재정자립도를 보였다. 최하위인 노원구(15.9%), 강북구(18.6%), 도봉구(19.5%), 은평구(19.8%) 등 4개 구는 10%대를 기록했다. 작년만 해도 10%대는 노원구(17.2%) 1곳뿐이었다. 강남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치구의 자체수입은 1,000억원대에 그쳤다. 이는 자치단체 예산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각 자치구가 매년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세입으로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척도인 기준재정수요충족도는 평균 66.7%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보통교부금을 투입해도 97.1%를 보여 100%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각 자치구가 서울시의 교부금을 받고 나서도 기본살림조차 해내지 못할 지경이라는 의미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보편적 복지인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서울시와 자치구에 과도한 분담을 요구해 자치구들이 기본살림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지방자치제도의 존재 이유인 자율적 재정운영 여력은 이미 오래 전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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