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국내 해법 찾고, 중국 정부 설득하고…
2개 카드 동시 작동해야 성과 ‘난감한 정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내부 요인만 대응하면 되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내부 요인뿐 아니라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외부 요인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해법이 쉽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강압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고려 요인이 많다는 점 역시 현실적인 차이다. 더욱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8일 오후 기준 중국에 미세먼지 문제를 항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2만명을 넘어섰다. 많은 국민들이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것처럼 무턱대고 중국에 항의하는 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국제적 공신력이 있는 미세먼지 관련 데이터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신들의 영향을 인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중국에 해결책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기초연구 활성화를 통해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중국에 항의를 하려면 중국의 미세먼지 영향에 대해 우리나라만 인정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등재된) 국제적으로도 검증된 연구결과가 있어야 한다”며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중국의 미세먼지에 우리와 함께 영향을 받는 일본, 동남아와의 공동연구 등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석탄 사용 제한 등이 효과는 확실했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강압적 조치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겨울 징진지(베이징ㆍ텐진ㆍ허베이) 300만여 가구에 난방용 석탄 보일러 사용을 금지하면서 가스나 전기 공급이나 난발시설 교체 실태 등을 점검하지 않아 이곳 시민들은 엄동설한에 떨어야 했다. 우리나라로선 이처럼 강압적이지 않되 추진력 있는, 쉽지 않은 조합의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 환경 영향평가와 기초 연구 투자, 오염원에 대한 감시 강화 등 강력한 정책을 진행해야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처럼 강압적인 정책은 아니더라도 이제는 국민 불편과 산업계 반발을 넘어설 강력하고 추진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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