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폄하 이해 못해”
국정교과서 지지 이유로 꼽아
전국 유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경산 문명고의 학내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학교 재단 이사장과 교장은 강행 입장을 밝혔고, 학부모 학생들은 연구학교 철회 때까지 반대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명고의 재단인 문명교육재단의 홍택정 이사장은 2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교사 73%가 찬성했고 학교운영위원회도 통과돼 합법적으로 연구학교가 된 것”이라며 “이사장으로서 합법적으로 도출된 결과가 강압적인 외부 영향으로 포기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립학교법 상 재단은 학교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구학교와 관련된 결정권한이 홍 이사장에게 있는 것은 아니나, 연구학교 강행이 재단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홍 이사장은 국정교과서 지지 이유를 새마을운동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부친은 새마을운동이 생기기도 전에 주택개량, 사립학교 설립 등 사회활동을 인정받아 ‘5.16 민족상’을 수상하고 이후 새마을운동을 주도하셨다“며 “그런데 국정교과서 반대 세력은 새마을운동을 관 주도의 꼭두각시 사업으로 폄하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또 “국정교과서 반대 쪽에서는 ‘최순실 교과서’ ‘박근혜 교과서’라고 비판하는데, 이성적이고 이론적으로 국정과 검정 교과서를 서로 비교 분석해야 한다”며 “그런 분석을 하는 것이 연구학교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문명고 한국사 교사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그는 “교사의 자유지만 교장의 지시와 학교의 선택을 무시한 행위는 해교 행위”라며 “교장이 결정하겠지만, 나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앞서 연구학교 반대 교사 3명에게 보직해임, 업무배제 등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게 되는 1학년 신입생 중 일부가 학교 측에 입학취소, 전학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학부모와 학생이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고 거리를 뒀다. 김태동 문명고 교장 역시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연구학교는 계속 추진한다”고 밝혀 학교 측 입장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학부모와 교사들도 이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 이날 오전 학교 소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학교 지정이 철회될 때까지 반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일부 언론이 외부 세력이 반대 투쟁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데 대해 “현재 (반대 투쟁에는) 어떤 시민단체의 압력도 없다는 것을 단호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교사들도 별도 성명서를 내 학교와 재단의 연구학교 자진 철회를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 역시 새 학기 전에는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해 문명고 국정교과서 사용을 막지는 못할 전망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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