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엘시티 더샵 3.3㎡당 7000만원
국내 분양가 최고가 갱신
제주 42평형 12억원에 매물로
대구서도 수년동안 고공행진
公기관 이전·대규모 개발·저금리 여파
정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도 한몫
"고삐 풀린 부동산 정책, 대책 필요"
“아니, 3.3㎡당 7,000만원이라고요?”“ 바닥에 금이라도 바른 건가요?”
최근 분양에 들어간 부산‘엘시티 더샵’ 펜트하우스(전용면적 320㎡)의 분양가가 국내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들이다. 서울, 수도권에 한정되던 고가 집값 문제가 지방으로 기어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일까. 실제로 지방 아파트 집값이 심상치 않다. 부산의 고가 아파트 분양에 앞서 대구 아파트값은 최근 수년 간 전국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또 제주 일부 아파트 매매가도 최근 3~4년 사이 최대 4배나 올랐다. 고삐 풀린 부동산 정책에 대해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14일 1순위 청약에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더샵은 최근 분양가 논란의 진원지로 꼽힌다. 이 아파트 320㎡(97평형, 67억6,000만원) 펜트하우스의 3.3㎡당 분양가는 7,000만원. 2008년 초고가 논란이 일었던 부산 해운대 우동 아이파크 423㎡(128평형, 57억6,360만원)의 평당 분양가 4,500만원보다 55%나 높은 수준이다.
이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부산을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이다. 기존 최고가 분양권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3차 274㎡(83평형)으로 53억2,900만원이었다.
제주에도 집값광풍이 불고 있다. 제주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아파트 노형2차아이파크의 전용면적 139㎡(42평형) 아파트는 12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2012년 분양 당시 해당 면적의 아파트 분양가는 3억7,900여만원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보다 높았다. 그러나 불과 3년여 만에 3배 이상 치솟은 가격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같은 단지 내 동일면적의 또 다른 아파트도 부동산 시장에 11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들 아파트 매도가격이 주변지역 아파트 매매가격과 비교해 수억 원의 차이가 나는 만큼 가격에 거품이 낀 것은 물론 투기세력 개입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대구지역은 최근 3~4년 전부터 아파트값이 널뛰기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구지역 아파트값은 1년 전보다 평균 12.83%나 올랐다. 부산의 4.52%와 비교하면 거의 3배다. 올해만 9.85%나 상승했다.
대구 최고 학군으로 유명한 수성구 범어동 A아파트는 3.3㎡당 호가기준 최고 2,200만원을 넘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2009년 2월 입주 당시 3억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월 6억2,000만원에 이어 최근에는 7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입주가 임박한 수성구 B아파트는 2년6개월여 전 분양할 때보다 프리미엄이 1억6,000만원 이상 붙어있다.
대구지역 아파트값이 폭등한 것은 동구 신서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하고 달성군의 대구과학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지구의 토지 보상금이 대거 풀린 탓이다. 여기에 저금리 여파로 운용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과열을 전국적 현상으로 확대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 천안의 분양가격이 3.3㎡당 750만~850만원 수준인데다, 행정수도인 세종시의 분양가격도 3.3㎡당 1,230만원대로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거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상철 창신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청약규제 완화(1순위 대상 요건 2년→1년) 등 정부 정책도 아파트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고, 이찬호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국 최고 수준의 분양가는 인근 지역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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