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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오전엔 ‘폐족’ 분위기… 오후엔 “검찰, 인격 살인” 정면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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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오전엔 ‘폐족’ 분위기… 오후엔 “검찰, 인격 살인” 정면 반격

입력
2016.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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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결과 발표에 ‘한숨’

법원이 공소장 공개하자 ‘패닉’

유영하 변호사 반박문 발표 후

“수사 불공정” 비난 강경모드로

대응 시나리오 마련한 듯

18일 청와대 충무실에 들어서는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
18일 청와대 충무실에 들어서는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

“우리가 ‘폐족’이 되는 건 시간 문제 아닌가 싶다.”(오전)

“검찰 발표는 심히 유감스럽다.”(오후)

20일 청와대의 반응은 극과 극을 오갔다. 오전에는 그야말로 ‘식물 청와대’가 될 것을 걱정하던 분위기가 오후 들어 검찰을 향한 분노로 바뀌었다. 이날 오전 11시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리가 뭘 어쩌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상, 국정 복귀를 시도하기는커녕 대통령직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는 비관론이 청와대를 휘감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관저에서 TV로 수사 발표를 지켜 보면서 참모들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린 19일 밤에도 관저에 조용히 머물렀다.

20일 오후 법원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공소장을 공개하자, 청와대는 다시 패닉에 빠졌다. 박 대통령이 미르ㆍK재단 불법 모금 과정을 주도하며 ‘깨알 지시’들을 내린 정황, 또 최씨 지인들을 돕기 위해 기업들에 인사ㆍ납품 청탁까지 한 정황이 공소장에 적시된 것을 확인한 일부 참모들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공소장까지 돌리며 박 대통령을 압박한 것에 분노한 참모도 있었다.

청와대는 이내 당혹스러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검찰 발표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낼 것인지를 놓고도 오락가락했다. 청와대가 잔뜩 뜸을 들이다가 오후 5시쯤 내놓은 입장은 참모들의 침통한 분위기와는 180도 달랐다.

유영하 변호사가 24쪽에 달하는 입장을 낸 직후, 청와대는 검찰 수사 결과에 정면 반발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그간 진행된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격했다. 또 “박 대통령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 상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여론의 동정을 구했다.

청와대는 검찰의 강경한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두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실제 유 변호사의 입장문에는 검찰이 공소장에 담지도 않은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반박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데도, 박 대통령은 국정 복귀 강행에 무게를 싣고 있다. 청와대 인사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예정대로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민을 이기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판단인 셈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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