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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소기업 기술탈취 엄벌 대책, 법제화에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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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소기업 기술탈취 엄벌 대책, 법제화에 성패가 달렸다

입력
2018.02.12 19: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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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1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 피해액의 최대 10배(현행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자료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 비밀유지 서약서 체결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도급 거래에서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하고, 반환과 폐기 일자도 명시하도록 했다. 구두나 전화 이메일 요청 등 구체적 송부내역이나 일시 등의 자료 기록은 공증해 분쟁 시 입증자료로 활용토록 하는 거래기록 등록시스템도 운영키로 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요한 기술자료를 확보한 뒤 거래선을 다른 업체로 돌리는 대기업의 횡포로 중소기업은 기술만 빼앗기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경영난에 허덕이는 예가 허다했다. 최근 5년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중 약 8%가 기술탈취를 겪었다. 거래중단을 우려해 입을 다문 중소기업도 많다고 한다.

정부 대응도 문제였다. 기술탈취 방지 대책이 여럿 쏟아져 나왔으나 맹탕이거나 실효성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10배 배상 징벌’도 2016년 4월 제16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으로 나온 바 있다. 2년이 다 되도록 법제화 등 후속조치가 없어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당정의 거창한 다짐대로 하도급법 특허법 등 5개 관련 법 제ㆍ개정 등 후속조치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그리 미덥지 않다. 법안이 국회에서 정쟁에 휘말려 누더기가 되거나 그대로 묵었다가 폐기 처분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불법행위로부터 얻을 이익보다 배상금이 커야만 효과가 기대된다. 피해 납품업체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거래중단 등의 횡포를 겪더라도 배상금으로 생존할 수 있어야만 실효성을 가진다. 게다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가지는 사전예방 효과까지 고려하면 법제 도입 논의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다.

덧붙여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갑질 대상’이 아니라 상생발전의 동반자로 여기는 대기업의 인식 전환이 불가결함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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