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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5일만에 100만 계좌…점점 깊어지는 ‘핀테크 디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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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5일만에 100만 계좌…점점 깊어지는 ‘핀테크 디바이드’

입력
2017.07.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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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뱅킹 이용 60대 이상 5.7%

인터넷은행 비중은 2%에 그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주말 휴대폰에 카카오뱅크 앱을 다운받은 박선규(62)씨는 하루도 안돼 사용을 포기했다. 이전까지 은행 모바일뱅킹도 이용해 본 적 없던 박씨는 “복잡하지 않다”는 아들(32)의 추천에 용기를 냈지만 허사였다. 그는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이라면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 다른 은행에 보낸 인증 글자를 찾아보고 입력해야 하는 등 가입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며 “차라리 은행에 가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불과 출범 닷새 만(102시간)인 31일 오후 1시 기준 개설 계좌 100만 개를 돌파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예금 3,440억원, 대출 3,230억원을 끌어 모은 카카오뱅크는 1시간 당 약 9,800여명의 고객을 빨아들이는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씨 같은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카카오뱅크는 ‘그림의 떡’이다. 질세라 시중은행들도 각종 모바일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지만 새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동시에 이런 흐름과 혜택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핀테크 디바이드(취약계층 소외 현상)’도 깊어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뱅킹 이용자 7,468만명 가운데 60대 이상은 5.7%에 불과했다. 인터넷은행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런 편중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앞서 케이뱅크가 지난 4월 고객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고객의 70%는 30~40대였다. 이는 시중은행(4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반면 60대 이상은 2%(시중은행은 17.5%)에 불과했다.

시중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환경에 익숙한 기존 단골 고객들을 외면할 수 없는 동시에, 이미 대세가 된 모바일 부문을 강화해 비대면 고객 수를 늘리는 게 수익성을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2%대 금리의 예ㆍ적금 상품을 선보이자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2%대 모바일 전용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 각종 우대금리를 추가 제공하거나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등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인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대인 것을 감안할 때 이런 차이는 결코 작지 않지만 모바일 접근성이 낮은 60대 이상 고령층은 이런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여기에 최근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영업점을 줄이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 은행 영업점은 2012년 7,698개에서 지난해에는 7,103개로 감소했다. 씨티은행은 최근 올해 안에 영업점 80%를 줄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줄이는 대신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확대로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주요 고객인 고령층의 거부감이 심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고령층 등 오프라인 거래에 익숙한 사람들도 금융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은행이 공동으로 편의점처럼 다른 시장 플랫폼을 활용하는 역발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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