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지후 기자

등록 : 2015.09.30 13:47
수정 : 2015.09.30 23:07

300년 된 카탈루냐 독립의 꿈 실현될까

지방선거에서 분리 지지 정당 과반 승리 기세올려

등록 : 2015.09.30 13:47
수정 : 2015.09.30 23:07

카탈루냐 주민 수만명이 스페인에 정복된 날을 기억하며 지정한 ‘국경일’ 11일을 맞아 바르셀로나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과거 카탈루냐 국기를 들고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행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닙니다. 원래 ‘카탈루냐’는 하나의 국가였으니까요.” 카탈루냐주가 스페인에서 분리독립해 완전한 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당들이 27일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유권자 가운데 77.4%가 참여한, 역대 가장 열띤 주의회 선거였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이들 정당의 지지자들은 바로셀로나에 모여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유 국가”라며 “스페인 사람들에 지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정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18개월 내로 분리독립 절차를 마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분리독립 운동이 박차를 가할 것이란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난제들이 하나 같이 만만치 않아 분리독립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많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번 선거가 실제 독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 주민은 20%뿐이다. 두 정당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내부 구성원을 아울러야 하는 데다,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주민들을 끌어 안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유럽연합(EU)의 거센 반대를 이겨내는 것 또한 이들 몫이다. 두 정당이 안정된 연합체를 꾸려 카탈루냐가 수백년간 꿈꿔온 분리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아니면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현실을 직시하고 되레 열기를 잃을지 주목된다.

분리독립 지지 두 정당 과반의석 확보

‘분리독립 찬반 투표’의 성격을 띠었던 이번 주의회 선거에서 카탈루냐 주민들 가운데 47.7% 가량이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던졌다. 카탈루냐 주의회는 27일 선거 최종 개표 결과 좌우파가 함께 결성한 분리독립 정당연합 ‘찬성을 위해 함께’(Junts pel Si)가 39.7% 지지를 얻어 총 135석인 주의회 의석 가운데 62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세력을 구성해 선거에 참여한 좌파 분리독립 세력 국민연합당(CUP)은 8.2% 지지율로 10석을 얻었다. 양당이 합해 과반(68석)이 넘는 72석을 확보한 것이다. 반면 시민당(C’sㆍ17.9%)과 사회당(PSCㆍ12.7%) 우리는 할 수있다(CSQEPㆍ8.9%) 국민당(PPCㆍ8.5%)은 모두 합해 6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당초 ‘과반 의석을 얻으면 2017년까지 18개월 내에 분리독립 절차를 밟겠다’고 주장했던 분리독립 지지 정당들에게 힘이 실렸다. ‘찬성을 위해 함께’를 이끄는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개표 결과 발표 직후 바르셀로나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면에서 승리했다, 하나는 분리독립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다”라며 “세계는 카탈루냐의 승리를 봤고, 우리에게는 앞으로 분리독립을 끌고 갈 강한 힘이 주어졌다”고 밝혔다.

앞서 ‘찬성을 위해 함께’는 18개월 분리독립 과정 가운데 첫 번째 단계로 카탈루냐 단독 세무소를 차려 조세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또 해외 각국에 카탈루냐 외교관을 파견해 외교망을 형성,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각종 유럽 기구들 등과 함께 국경 및 에너지 등 주제와 관련해 논의할 방침이다. 대략적 절차가 마무리되면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 시작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독립을 공식 선언하는 게 최종 목표다.

“스페인과 역사 달라” 끝없는 독립 움직임

1714년 9월 11일 스페인에 병합된 카탈루냐주에는 750만 인구가 살고 있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8~20%를 차지할 정도로 부유한 카탈루냐주에는 자동차 생산공장과 수출입 항구 등이 몰려 있다. 특히 문화와 역사, 언어가 스페인과 다르다는 인식이 강해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독립에 찬성하는 카탈루냐 주민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카탈루냐 주의회 선거에서 ‘찬성을 위해 함께’와 CUP는 총 174만명의 지지를 얻었다. 2년 뒤인 2014년 비공식 국민투표에서는 180만명이 독립적 카탈루냐 국가 건립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번 선거에서는 195만명이 분리독립 정당을 지지했다. 5년 전 불과 25%에 머물렀던 독립 찬성 비율이 최근 48%까지 급증한 셈이다.

반면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강하게 반대하는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속한 PPC는 카탈루냐주에서 계속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PPC는 이번 선거에서 11석을 얻는 데 그쳐, 지난 2012년 주의회 선거 때보다 7석이나 잃었다. 카탈루냐 주의회 선거를 통틀어 가장 참혹한 패배다.

카탈루냐 주민의 분리독립 열망은 2008년을 계기로 뜨겁게 불이 붙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부유한 카탈루냐 지방에서 걷은 세금이 카탈루냐 지역 발전에 전혀 쓰이지 않는다는 데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영국의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면서 큰 자극을 받았다. 스페인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카탈루냐 주의회는 지난해 9월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안을 찬성 106표, 반대 28표로 통과시켰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11월 9일에는 실제 주민투표를 강행했고, 주민 약 200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80%가 찬성표를 던졌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이 같은 투표 결과에 대해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한 데다 선거인 명부도 없는, 아무 의미 없는 투표”라며 평가절하했지만, 카탈루냐 주의회는 “주민들의 독립 열망이 확인된 만큼 독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중앙정부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했고, 올 2월 헌재는 “주권 문제에 대한 투표는 중앙정부만 실시할 수 있다”며 “지난해 카탈루냐주에서 실시한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대해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투표를 치를 수 있도록 카탈루냐 주정부가 그 해 9월 통과시킨 법률 역시 헌법에 위배 된다”고 덧붙였다.

카탈루냐 분리 지지자들은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병합된 날짜인 9월 11일을 매년 국경일로 지정해 독립운동을 펼쳐왔는데, 지난 11일에는 바르셀로나 시내 큰길에 수만명 시민이 쏟아져 나와 카탈루냐 깃발을 흔들고 ‘새 국가 설립에 착수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 주최 측은 카탈루냐주에서 50만명 정도가 시위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시위는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면서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주민 절반은 반대 EU도 반대

비공식 주민투표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분리독립을 향한 주민들의 열망이 다시 한 번 확인됐지만, 실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좌우파가 함께 결성한 ‘찬성을 위해 함께’ 세력이 구성원들의 정치적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리고 별개의 좌파 독립 추진 세력인 CUP가 마스 주지사가 이끄는 ‘찬성을 위해 함께’의 일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CUP 의원인 안나 가브리엘은 선거 당일 “분리독립 운동에 참여하겠지만, 마스 주지사가 이 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분리주의 정당 지지율을 모두 합하더라도 47.7% 밖에 안 된다는 점도 분리 지지자들이 극복해야 할 벽이다. 더 많은 52% 주민들이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지방선거 승리는 카탈루냐의 독립 운동에서 역사적 승리지만, 불완전한 승리”라며 “양당이 의석 면에서는 과반을 차지하긴 했으나 지지율로 보면 48%만 얻어 주민 과반의 찬성을 얻지는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도 ‘대다수 국민들이 분리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카탈루냐 주정부의 분리 움직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라호이 총리는 선거결과 발표 후 “10명 중 4, 5명의 주민이 분리독립 지지정당에 동의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카탈루냐주 정부와 대화는 계속하겠으나, 스페인 주권과 관련해선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EU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 일부가 분리해 독립하면 EU 조약이 분리독립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달 초 스페인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카탈루냐가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면 EU 회원국 가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것”이라며 강력 경고했다. 카탈루냐가 독립하게 되면 EU는 물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도 탈퇴해야 하기 때문에 감당할 경제,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제3대안 ‘자치권 확대 협상’ 부상

분리독립 지지 정당들의 연합체 구성 과정이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길어질 공산이 큰 데다, 연합체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분리독립 절차에 나선다고 해도 이처럼 넘어야 할 장애가 높기 때문에 제3의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립에 반대하는 카탈루냐 주민들 가운데는 연방 구조를 재정립하는 선에서 중앙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자는 이들이 적잖다”며 “이 같은 목소리에 집중해 다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라호이 총리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카탈루냐와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카탈루냐 주가 우선 세금 문제와 자치권 확대를 의제로 삼아 차후 정부와 대화 여지를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대화가 트이면 중앙정부도 자부심이 강한 카탈루냐 주민의 자존심을 배려해 오는 12월 총선 이후 카탈루냐주의 자치권 확대를 약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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