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 키운 두 번째 사과
책임총리에 대해 언급도 안해
靑 “총리 국장주도 전제, 안한 것
김병준 후보자에게 이미 표명”
與 “권한 위임 안 밝혀 아쉽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야권이 요구해온 2선 후퇴나 거국내각 구성은커녕,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강조한 책임총리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청와대 측은 총리가 국정을 주도하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라고 설명했으나, 박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 위기를 강조함으로써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뜻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머리를 숙였지만 “한시라도 국정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들과 종교 지도자,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의 국정 책임을 강조한 얘기여서 2선 후퇴나 권한을 내려놓으라는 야당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김 후보자와) 충분히 협의해서 권한을 드렸고, 총리 후보자도 그런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다’를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라며 “총리가 힘 갖고 국정을 주도해 나가라는 얘기로, 총리 후보자가 어제 기자 회견에서 한 얘기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오늘은 사과 드리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못한 것인데, 앞으로 대통령이 더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마저 청와대가 김 후보자에게 힘을 싣겠다는 취지로 얘기할 뿐, 대통령이 경제 사회 등 내치 분야를 총리에게 전적으로 맡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총리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한다는 얘기를 직접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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