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등 보수 표심 구심점 사라져
구여권ㆍ중도 쪽으로 분산될 듯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기대선 국면에서 구여권을 비롯한 보수진영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기대를 걸었던 황 대행마저 레이스에서 사라지면서 보수진영은 마땅한 대항마 없이 대선을 치러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황 대행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대선에 출마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대선 참여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현재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황 대행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까지 출마여부를 장고를 거듭했지만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판단에 따라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20%에 육박하던 지지율이 헌재 탄핵 결정 이후 10%초반으로 떨어진 점도 불출마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으로 5월9일 대선 판도는 진보 진영으로 더욱 기울게 됐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 주자로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바른정당 주자로 뛰고 있지만 지지율 면에서 진보 진영 주자와는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반 전 총장과 황 대행의 불출마로, 보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구여권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반 전 총장 중도하차 이후 황 대행에게 기대를 걸었던 대구ㆍ경북을 비롯한 영남지역과 60대 이상 노년층에서는 “찍을 후보가 없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25%가량으로 추산되는 보수층이 이번 대선에서 대거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황 대행에게 몰렸던 보수 표심의 향방에 따라 대선구도 또한 요동칠 전망이다. 대체로는 구 여권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홍준표 지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망한 지지층이 아예 중도 진영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 센터장은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해 적잖은 민심은 야권의 중도보수 성향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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