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해킹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의 도감청 소프트웨어 업체 '해킹팀'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9일,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해킹팀의 내부 문서들을 온라인 상에 공개하면서부터 였다. 그 내용에는 국정원과 주소가 같은 5163 부대가 등장했다.
국정원이 외부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만으로도 큰 논란 거리다. 여기에 특정 제조사의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메신저를 언급하는 등 구체적인 문의 내용까지 공개되어 민간인 도감청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국정원 측에서는 민간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북한 공작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 개발용이었다고 해명했다. 급기야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내국인 사찰이 없었다는 유서를 남기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극단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반인들이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일상적인 내용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스파이웨어 감염을 유도하는 등 북한을 대상으로 한 전략이라 보기 힘든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은 국정원 해킹 사건의 진실을 떠나, 해킹이라는 개념 자체에 집중해보자. 누구를 감시했냐는 것도 문제겠지만, 어떻게 감시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해킹이 가진 지배력이 얼마나 엄청난 지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6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직접 해킹 시연을 했다. 특정 스마트폰에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두니, 해당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다른 모니터로 실시간 감시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원격으로 카메라를 실행시켜 몰래카메라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 속에 있는 모든 자료를 가져가는 것 정도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사람들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라는 편리하고 작은 기기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개인적인 의견이 담긴 글을 적다가도 "근데 설마 지금 감시당하는 건 아니겠지?"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두가 마음 속에 제 3의 시선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해킹이라는 도구에 대해서는 보는 입장에 따라 온도 차가 크다. 누군가는 사이버 전쟁 시대에 국정원이 해킹 기술을 보유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또 한편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민간의 영역에 악용될 상황에 대한 의심을 제기한다. 당장에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긴 어려워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실이 무엇이고 간에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링크 하나를 클릭하기도 꺼려지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사물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해킹의 기본 개념과도 맞닿아 있는 일이다. 기술이 인간의 통제력을 앞질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계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과 불안감을 맞바꿔야 할까. 이 씁쓸한 감시의 시대에 해킹의 기술이 우리를 지키는 방패가 될지, 공격하는 창이 될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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