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도 도박 벌인 자료 나와
도박죄 공소시효 남아 처벌 가능
김범수(49·사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2007년 미국 원정도박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검찰이 2013년과 2010년에도 김 의장이 거액의 해외 도박을 벌인 자료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죄의 공소시효(5년)가 남아 있어 검찰이 김 의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지 주목된다.
11일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미국 법무부 및 재무부 등으로부터 넘겨 받은 자료에는 2013년 작성된 김 의장의 미국 카지노 환전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에는 김 의장의 여권번호, 국내 주소, 생년월일, 환전규모, 직업과 함께 영문 서명까지 있어 김 의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의장은 2013년2월13일 작성된 이 신고서에서 한국 서울에서 출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으며 KE005편을 이용했다고 기재했다. 대한항공 KE005편은 인천공항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직항노선으로, 당시 설 연휴 뒤인 이날에도 정상 운항했다. 김 의장은 자신의 소속을 카카오라며 ‘KAKAO Coporation(Corporation의 오기)’으로 적고 인터넷 기업이라고 부연했다. 카지노 환전 신고서에서 김 의장은 또, 미국 내에 머물 장소로 ‘코스모폴리탄 호텔’이라고 적었다. 2010년 개장한 이 호텔은 인근의 ‘벨라지오 호텔’ ‘아리아 리조트ㆍ카지노’ 등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인 최고급 카지노 호텔이다.
이 같은 내용의 신고서로 볼 때 김 의장이 앞서 2007년에 이어 모바일 메신져 카카오톡의 대표를 지냈던 2013년에도 거액의 도박을 벌였을 정황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당시에는 특별한 기술정보(IT) 행사도 없던 것으로 전해져, 김 의장이 단지 해외원정 도박을 하기 위해 한국에서 직항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건너간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김 의장이 2010년에도 미국의 또 다른 카지노에서 도박을 벌였다는 근거 자료를 함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료에는 김 의장이 2010년 8월 라스베이거스의 ‘아리아 리조트ㆍ카지노’에서 거액을 카지노 칩ㆍ토큰 등으로 전환했다고 적혀 있다. 김 의장은 앞서 벨라지오 호텔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 카지노 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표기돼 ‘단골 고객’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단순 오락형태를 벗어나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공소시효는 5년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2013년에 미국 세관에 신고한 자금이 실제 도박에 쓰인 것으로 확인될 경우 앞서 했던 도박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도박 혐의가 입증이 되면 공소시효가 지난 도박행위까지 상습 도박의 범죄사실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보는 카카오 측에 이런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으나, 카카오 측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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