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빙질 균일하게 유지 못해
테스트 실패 ‘국제 망신’ 전력
“10월까지 보완” 장담했는데
국제연맹서 펌프 결함 경고
“최소 2년 전 연습 들어가야 해
평창 경기장은 실패” 지적도
아시아 두 번째의 슬라이드 경기장이 국내에 등장한다는 떠들썩한 홍보와 함께 2013년 12월 공사를 시작한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가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에 1,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공사를 시작한 지 46개월이 지났지만, 공사완료를 위해 필수적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사전승인(Pre-Homologation)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슬라이딩센터는 공사 시작부터 ‘올림픽 분산 개최’ 논란의 중심에 서며 꼬이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 IOC를 중심으로 봅슬레이ㆍ스켈레톤ㆍ루지 등 썰매 종목 경기를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일본 나가노에서 진행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온 것. 분산 개최를 꺼낸 측에서는 “썰매 경기장에 단 3일 동안 진행하는 경기를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이유를 댔고,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논란 끝에 IOC가 분산 개최는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공사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3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IOC의 사전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그 동안 공사를 진행한 강원도와 대림산업이 국제연맹들과 실시한 정기 점검 결과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따져 보고, 시설물의 안전을 꼼꼼히 살피는 과정이다. 그런데 평창조직위는 이 과정에서 썰매 종목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얼음의 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테스트 경기를 위해 국내를 찾았던 해외 선수들은 썰매를 타 보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 ‘국제적 망신’을 당해야 했다. 당시 AP통신은 트랙을 살펴 본 미국 루지 선수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일정 높이 이상에서는 (얼음이 없어) 올라갈 수 없었다”며 “‘공무출장’이 ‘휴가’로 바뀌어 버리는 순간”이었다며 비꼬기도 했다. 이처럼 경기장의 준비 상태가 온전치 않은데도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슬라이딩 센터에 국산화 기술로 자체 개발한 기능성 콘크리트를 깔아 1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는 ‘자화자찬 식’ 보도자료를 내놓아 빈축을 샀다. 체육계 관계자는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썰매를 타는 경기에서 얼음에 작은 문제만 생겨도 선수 생명에 영향을 줄 만큼 빙질은 중요하다”며 “보통 실제 대회를 기준으로 최소 2년 전에는 실제 경기장에서 얼음을 얼리고 연습에 들어가야 하는데 평창은 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과 국제루지연맹(FIL), 평창조직위, 강원도는 “냉동 플랜트가 안정화 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인정하고 ‘10월 정식승인 절차 이전까지 보완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후 평창조직위, 강원도, 시공사 측은 빙질 문제 개선에 힘을 쏟았고 국제 연맹으로부터는 ‘큰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10월 승인 심사 절차를 앞두고 IBSF, FIL이 추가로 진행한 스트레스테스트(극한 환경에서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것)와 기술심사에서 얼음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설비인 펌프의 결함이 또 지적되고 말았다. 강원도나 평창조직위는 지적된 사항 중 특히 문제가 되는 일부를 고쳤기 때문에 이달 말 승인 심사를 진행하는데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IBSF, FIL이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는 않는 한 IOC의 승인 심사 통과를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더구나 올 겨울이 평창올림픽 직전 마지막 겨울이기 때문에 만약 이번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회 개최 자체에 차질이 일어날 수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을 빼면 썰매 종목이 유일하게 메달을 딸 가능성이 있다”며 “홈 그라운드 이점을 얻으려면 다른 나라 선수들 보다 많이 타봐야 하는데 경기장에서 자꾸 문제가 생기면 특별히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걱정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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