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협상 결렬 6개월 만에
“경영 정상화시킬 대안 없다”
6463억원 투자 유치 협의
노조는 “해외 매각 반대”
총파업 등 전면전 태세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며 2,000억원을 더블스타에 빌려주는 데에 합의했다. 지난해 9월 매각 협상이 결렬된 지 6개월 만에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막대한 혈세까지 투입하며 다시 추진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적잖다.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해외 매각을 반대해 온 노조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채권단과 노조의 충돌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산업은행은 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거래 종결을 목표로 더블스타에서 주당 5,000원 총 6,463억의 투자유치를 받고 금호타이어 지분의 45%를 넘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총 투자액의 5%인 323억원으로 정해졌다. 이 경우 채권단도 시설 자금 용도로 최대 2,000억원의 신규자금을 더블스타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금호타이어에 넣기로 했다. 또 3년간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한편 더블스타는 3년, 채권단은 5년간 매각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위해서는 회사 부지 매각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승인과 상표사용권 승낙, 채권연장 등이 선행돼야 한다.
더블스타로의 금호타이어 매각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산은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해 1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더블스타를 선정한 바 있다. 두 달 뒤엔 9,550억원에 주식매매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더블스타는 같은 해 7월부터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실적이 나빠졌다”며 1,550억원을 깎아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매각을 성사시키려 한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더블스타에 5년간 구조조정 금지와 고용 유지를 골자로 한 중장기 발전방안을 이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금호타이어’란 상표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게 내야 할 상표권 임대료 중 더블스타가 초과 부담해야 할 2,700억원도 내주기로 했다. 그럼에도 더블스타는 인수가격을 또 다시 2,950억원까지 깎아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이에 노조의 반발과 중국 기업에 국내 방산기업을 헐값에 넘긴다는 여론 악화까지 겹치면서 협상은 지난해 9월 최종 결렬됐다.
이런 매각 무산 전력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반년 만에 또 다시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금호타이어를 정상화 시킬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채권단은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안정 제고 ▦유동성 확보와 신규 투자를 통한 품질 개선 등의 관점에서 더블스타와의 협상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란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4,600억원에 불과해 청산가치(1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금호타이어 베트남 공장, 미국 조지아 공장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금호타이어에 관심이 있는 글로벌 타이어 업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더블스타 등 타이어 업체 외에도 (타이어와) 시너지가 가능한 곳에도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행장은 “인수 전제 조건으로 노조 문제를 다 해결해달라고 하는 투자자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산은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공식화 하면서 그간 해외 매각에 반대해 온 노조는 전면전을 선포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채권단의 해외 매각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채권단의 결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총력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노조 간부 2명이 광주공장 인근의 송신탑에 올라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산은의 입장도 강경하다. 이 부행장은 “더블스타는 노조가 반대를 한다면 들어오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금호타이어 경영진과 노조, 채권단 등 세 관계자가 진작 고통분담을 감내하고 곪은 부분을 잘라냈다면 국내 방산기업이 중국에 헐값 매각되는 상황까진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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