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훼손 후 옥상에 유기
혐의 시인… “왜 그랬나 기억안나”
우울증을 앓는 10대 고등학교 자퇴생이 같은 동네 8살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30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A(17)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양은 전날 낮 12시 47분쯤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놀던 초등학교 2학년인 B(8)양을 유인해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하고 흉기로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훼손한 시신을 쓰레기봉투 2개에 나눠 담아 2차례에 걸쳐 아파트 옥상 물탱크 주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A양의 부모는 직장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이나 계속 수사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살해 혐의를 시인했으나 자세한 범행 경위와 동기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B양의 시신 목 부위에서 끈에 의해 졸린 흔적(삭흔)이 발견되고 범행 현장에서 흉기와 함께 전선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목 졸려 숨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A양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A양은 고교 진학 전부터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신병력은 확인 중에 있고 (정신)감정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A양은 지난해 7월 고교 1학년 1학기 때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했다. A양이 다녔던 학교 관계자는 “A양은 입학 후에 수업을 듣지 않고 엎드려 자기만 했고 상담을 거쳐 대안학교에 진학하겠다면서 자퇴했다”라며 “친구들과 관계 등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양은 미술에 소질이 있었으나 성적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사건 당일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뒤 점심을 먹고 학교를 나와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휴대폰을 빌려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겠다며 A양을 따라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B양과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거주했으나 모르는 사이였다.
경찰은 B양이 이날 낮 12시 49분쯤 A양과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상태다. A양은 이날 오후 4시 9분쯤 옷을 갈아입고 아파트를 나온 뒤로는 귀가하지 않았다.
B양의 어머니는 B양이 귀가하지 않자 이날 오후 4시 24분쯤 실종신고를 했고 수색에 나선 경찰은 당일 오후 10시 30분쯤 아파트 옥상에서 B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A양의 집에서 혈흔 등 발견한 뒤 30일 0시 40분쯤 집 인근에서A양을 긴급 체포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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