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에 71가구 114명 거주
“텐트 치우면 바닥서라도 자겠다”
市 “수리해 들어가도 된다 판단”
지난 해 11월15일 발생한 경북 포항지진이 15일이면 3개월이 되지만 진앙인 포항 흥해지역 주민들에게 지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적지 않은 주민들이 대피소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9일 오후 방문한 포항지진 임시대피소인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의 공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포항시가 적십자 등이 제공하는 급식을 10일 점심을 끝으로 중단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주민 조모(여ㆍ61)씨는 “급식 중단은 사실상 시설 철거의 의미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대피소가 집보다 불편하지만 집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잠시도 있을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텐트를 치우면 바닥에 이불을 깔고 그냥 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포항시에 따르면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이재민 125가구, 254명이 등록돼 있으나 실제 거주는 71가구, 114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항시는 전파와 반파 피해를 입은 10가구만 임시거처로 이주할 때까지 모텔 등을 빌려 머물게 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임시대피소인 기쁨의교회는 10일로 폐쇄된다. 포항시 복지국 관계자는 “흥해실내체육관에 머무는 이재민 대부분의 집이 파손 상태가 심하지 않아 이제는 수리해 들어가도 된다고 판단했다”며 “규모 3.5이상의 여진이 오면 다시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피소뿐만 아니라 집에서 거주하는 흥해 지역 주민들도 지진의 공포에 불안해하긴 마찬가지다.
포항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주민 100여명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각각 포항시청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안정된 이주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아파트 240가구 전체를 전파로 인정해 임시거처로 옮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한미장관맨션 한 주민은 “일부 세대는 비가 새기도 하는데 보상 받은 돈이 200만원 뿐이다”며 “수 억 원을 들여 고쳐도 완벽하게 복구하기 힘든 상황인데 포항시나 정부 모두 무조건 고쳐 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붕괴가 우려돼 임대주택 등으로 급하게 몸을 옮긴 이재민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2년간 머물 수 있지만 이후에도 복귀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0가구가 빈집이 된 포항 흥해 대성아파트에는 벌써 발코니마다 ‘이주기간을 재개발 완료까지로 보장해 달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었다.
포항 흥해지역 곳곳에서 진행되던 택지개발사업과 대단지 신규 아파트 건설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포항 흥해는 영일만항 건설에 이어 KTX포항신역사 개통, 포항에서 강원 삼척까지 동해선 개통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장 활발한 곳이었으나 지진 이후 극심한 침체를 맞고 있다. 올 3월부터 아파트 6,400가구가 차례로 완공되는 포항 흥해 초곡지구는 한 때 분양가에 수 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지역이었으나 지진 이후 분양가에서 2,000만 원이나 낮춘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박경열 포항시의원(흥해읍)은 “온 나라가 평창올림픽으로 축제분위기 이지만 포항 흥해는 여전히 지진의 공포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완전 복구까지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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