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총화’는 세종 대에 태어나 연산군 대까지 살았던 학자 겸 문인 성현(1439~1504)이 남긴 잡록 필기, 다시 말해 이것저것 붓 가는 대로 자유롭게 쓴 글이다. 말하자면 글로 쓴 잡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고 주석을 보완해 새로 나왔다. 용재는 성현의 호다.
전부 모았다는 총화라는 제목에 걸맞게 인물, 역사, 문학, 제도, 풍속, 설화, 웃기고 야하고 무서운 이야기 등 조선 전기 온갖 것에 관한 기록이 담겼다. 수록된 320여개의 일화가 그 시대의 생생한 민낯을 보여준다. 500년 전 책이지만 거침없고 진솔하게 써서 고리타분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젊은 시절 친구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자 화가 나서 그 친구의 말을 훔쳐 타고 다녔다고 고백할 정도로 솔직하다.
성현은 고급 관료인 동시에 음악이론서 ‘악학궤범’ 편찬을 지휘할 만큼 음악에 조예가깊었고 1,000여편의 시문을 남긴 문학가이기도 하다. 워낙 박학다식한 인물인 데다 여행과 독서로 얻은 지식, 관리 경험에서 얻은 정보까지 ‘용재총화’에 다 집어 넣었기 때문에 조선 전기의 세태 물정을 알려면 꼭 봐야 할 고전이다. 자유롭고 역동적이었던 당대 조선 사람들의 방탕함과 호방함, 성과 윤리에 대한 생각, 인간에 대한 이해도 엿볼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