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는 특별한 당선 축하 파티가 열렸습니다. 4ㆍ13총선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요. 이름하여 ‘이이제이 당선 파티’ 였습니다. 지난 총선 기간 동안 팟캐스트 이이제이에 출연했던 당선자들과 이이제이 제작진이 함께 모여 서로 고마움을 표시해 줬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진선미(서울 강동을), 이학영(경기 군포을) 의원과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강병원(서울 은평을) 김정우(경기 군포갑) 손혜원(서울 마포을) 박주민(서울 은평갑) 조응천(경기 남양주갑) 박재호(부산 남을) 당선자 등 9명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요. 도종환(충북 청주흥덕) 의원과 김영춘(부산 진갑) 김종민(충남 논산ㆍ계룡ㆍ금산) 김병관(경기 성남분당갑) 황희(서울 양천을) 당선자는 지역 일정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들 모두 팟캐스트 출연이 당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특히 대중적으로 덜 알려져 인지도가 낮은 초선 당선자들에게 천군만마였다고 합니다. 김영호 당선자는 “처음에는 팟캐스트의 영향력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우리당 지지자들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호응도가 높다는 얘기를 들었고 실제 선거 운동을 다니면 팟캐스트 출연 한 사실을 알아보는 분들이 꽤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더민주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다른 당에 비해 팟캐스트를 활발히 활용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초선 의원들과 당 대변인ㆍ부대변인들이 출연하는 ‘진짜가 나타났다’를 제작한 데 이어 선거 직전에는 정의당의 유시민 작가ㆍ진중권 교수 그리고 더민주의 표창원 후보ㆍ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함께 출연한 ‘총선특집. 범야권 공영방송’을 모토로 ‘시민표창양비진샘(시민표창)’이라는 콜라보레이션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기존 팟캐스트 청취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팟캐스트 인기 순위 측정하는 팟방 순위 기준 1,2위를 다투는 방송) ‘이이제이’나 정봉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전국구’ 등 야권 특히 더민주에 우호적인 성향의 프로그램들도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이이제이나 전국구 등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방송을 진행하면서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고 잘 알려지지 않은 더민주 후보들을 열심히 알렸습니다.
이이제이를 제작하는 신재관 프로듀서(PD)는 “부산을 2번 찾아갔고 광주, 전남 여수, 충북 청주에서도 현장 녹음을 진행했다”며 “더민주 지도부가 유세 지원을 잘 못 가거나 당 차원의 관심이 덜한 지역을 찾아가자는 뜻에서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현지에 가서 공개 행사를 통해 지지자들을 모으고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들을 열심히 알렸습니다.
특히 주목할 곳은 부산인데요.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는 부산은 5석, 경남은 3석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낙선한 인사들 중에서도 45% 이상의 득표율을 올린 후보들도 여럿 입니다. 심지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을 달성했던 열린우리당도 이루지 못한 역대 최고의 성적표입니다. 수도권의 대승이 분명 원내 1당 달성에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부산경남(PK) 8석은 철옹성 같던 새누리당의 안방에서 ‘비수’를 꽂으며 결정적 한 방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공식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부산, 경남을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당초 유세를 계획했다가 수도권 접전지 유세로 장소를 바꾸는 바람에 취소됐습니다. 반면 이이제이팀은 김영춘 부산시당위원장의 요청으로 부산을 두 번 찾아 공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행사를 통해 박재호ㆍ전재수 당선자처럼 여의도에는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산 출마자들을 적극 알렸습니다. 이이제이를 진행하는 이동형 작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부산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며 “부산 공개 행사를 간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출연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출마자들도 여러 명 있었지만 일정이 도저히 맞지 않아 아쉽게 출연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평소 더민주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을 중심으로 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뉴스와 방송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팟캐스트는 공식 방송 매체는 아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언론 환경에서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동질감을 느끼게 하면서 사이다처럼 정국에 대해 시원하게 말해 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니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이제이 제작팀은 이날 자리를 함께 한 9명과 참석하지 못한 5명까지 14명의 당선자를 ‘이이제이파’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당 인사(진선미 이학영 도종환 의원, 김영춘 김영호 황희 강병원 손혜원 당선자),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영입 인사(조응천 김병관 박주민 김정우 당선자), 부산 토박이(박재호 당선자), 안희정 충남지사와 가까운 인사(김종민 당선자) 등 다양한 멤버들이 속해 있습니다.
신 PD는 “참석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미니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꼭 한번 이이제이 공개 행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자주 의기투합하자는 말도 함께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박주민 당선자는 20대 국회 개원 전인 29일 다 함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자고 제안했고, 초선의원 24명이 이에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세대도 경력도 서로 다르지만 이이제이라는 연결 고리로 맺어진 이들이 20대 국회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 지 지켜보겠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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