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청문회서 언론관 이어 부동산 자금 출처 등 집중 추궁… 문재인 "그냥 넘어갈 수 없어"
與, 낙마 땐 국정운영 빨간불… 野 반대 땐 단독으로… 충돌 예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틀간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언론외압 녹취록 공개 등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야당이 ‘인준 불가’ 입장으로 기울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이 23, 24일 인준 절차에 들어갈 것을 정식 제의한 만큼 설 연휴 이후까지 인준안이 표류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이미 두번에 걸친 총리 후보자 낙마가 있었고 이번이 세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특히 전날 공개된 언론외압 녹취록과 관련, “언론인들을 교수도 만들고 총장도 만든다며 회유하는 내용은 듣기만 해도 총리 후보자의 발언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고, “‘김영란법’ 관련 발언은 정치인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고 질타했다. 문 대표 외에도 회의 참석자 대다수가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인준 처리를 위해 배수진을 쳤다. 이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개각과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까지 늦춰지는 등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내일(12일) 오후 2시 여야 합의대로 표결 처리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인준안 처리 자체를 반대할 경우 12일 오전 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라도 채택하고 오후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총리 인준 처리를 놓고 여야간 충돌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부동산 매입자금의 출처 등을 집중 추궁했다.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0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차떼기 대선자금’ 사건 당시 입당 대가로 돈을 받아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매입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당시 함께 입당했던 원유철(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의원이 1억8,000만원 수령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 후보자도 비슷한 액수를 지원받았을 테고 그 시점이 바로 타워팰리스를 사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엔 전체 의원이 중앙당으로부터 5,000만원씩의 대선자금을 받아 이를 선거운동에 썼다”면서 “더욱이 그 사건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의 친동생이 구속된 충남 천안 청당지구 아파트 사업 인가 과정에 이 후보자가 개입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충남개발공사가 도청 이전 사업에 전념해야지 아파트 건설과 같은 다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인사를 다하고 총리를 형식적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의에 "총리를 그만 두겠다. 그만 두겠습니다"라고 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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