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표현으로 애민 행보”분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공개된 북한 기록영화에서 노동자들에게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자신의 능력 부족을 자책한 데 이은 ‘몸 낮추기’ 행보다. 절대적이고 신격화된 북한 수령의 위상에 비춰 이례적인 것으로 통치술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7일 공개한 기록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원산 구두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자들이 인사하자 고개를 숙여 답례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온다. 그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에서 참배를 하거나 측근 고위 노동당 간부가 사망할 때가 아닌 이상 김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적은 거의 없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1일 신년사를 낭독할 때 고개 숙여 인사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언제나 늘 마음 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자아 비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신년사에서 ‘인민의 충복’이 되겠다고 했던 다짐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례적인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ㆍ김정일이 개인숭배와 무오류의 수령론으로 북한을 통치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통치 스타일 변화를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권력 기반을 갖춘 데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애민(愛民) 정치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3대 세습의 정통성이 약한 김 위원장으로선 절대적 수령론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애민 행보를 내세우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스타일의 변화는 통치술의 일환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김정은이 바라는 것이 애민인지를 알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200일 전투가 잘 끝났다고 선전하지만, 안 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자기 시인도 하는, 그런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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