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를 찔렸다.”
6일 중국 외교부의 분위기에 대해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이렇게 전했다.
중국은 이날 북한의 4차 핵 실험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평양을 찾아 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만난 뒤 북중 관계는 개선 쪽으로 큰 방향을 튼 것으로 방심했다. 김 제1위원장의 지시로 창설된 북한의 국보(國寶) 모란봉악단이 지난달 베이징 공연을 취소한 채 돌연 귀국했을 때도 중국에선 “북중 우호 관계엔 큰 지장이 없다”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더구나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데다 경제에 매진할 뜻을 비친 만큼 당분간 핵 실험을 강행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 실험은 이러한 중국의 기대를 산산조각 낸 것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관은 “류 상무위원이 평양을 갔다 온 지 3개월도 안 돼 핵 실험을 강행한 것은 뒤통수에 대고 총을 쏜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참석하는 긴급 대책 회의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날 중국 외교부는 물론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등은 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소식통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회의를 직접 주재할 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러나 겉으론 지난 3차례의 북한 핵 실험 때처럼 결연한 반대의 뜻을 내 놓으면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핵 확산을 방지하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게 일관된 입장임을 다시 강조했다.
전문가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북한은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다시 한 번 혀를 내 두른 반면 북한의 4차 핵 실험은 시간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자(劉佳) 중국 사회과학원 박사는 “대외적으로는 국제적인 제재 속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5월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역사적 성과를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8일이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이란 점도 고려됐겠지만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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