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은 사실 매우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평생 살아가면서 60~90% 정도가 허리 통증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허리에 통증이 있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질환은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말하는 ‘추간판탈출증’이다. 최근 20~30대 남성을 중심으로 ‘강직성척추염’도 유병률이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강직성척추염은 여성보다 남성 유병률이 3배 가량 높고, 특히 20~30대의 젊은 환자가 40%나 된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나 인대나 힘줄이 뼈에 붙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 요인(특히 HLA B27 유전자)과 환경 요인이 결합되면서 면역 반응이 유발돼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전신성 질환이기에 척추만 아픈 것이 아니다. 척추 외에도 한쪽 다리 무릎 관절이 붓거나 아프고, 발꿈치, 갈비뼈 등에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염증 물질이 척추 관절 외에 장이나 눈, 피부 등에 영향을 미쳐 포도막염, 건선, 염증성 장질환 등이 같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강직성척추염 환자 40% 가까이가 경험하는 포도막염은 재발이 잦고 눈의 통증, 눈부심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
초반엔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아침에 일어나도 허리에 뻣뻣함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고 운동하거나 활동하면 통증이 서서히 호전된다. 허리 디스크 등 기계적 요통과 달리 쉬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움직이면 더 좋아진다는 점이다.
3개월 이상 계속되는 허리와 등 부위 통증과 함께 안구 통증 및 충혈, 눈부심 등을 주증상으로 하는 포도막염이 있으면, 사지 말초 관절 부위, 특히 발뒤꿈치 쪽 아킬레스 인대 부위 통증이 있으면, 한밤 중에 허리나 등이 아파서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잦다면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강직성척추염 검진을 받아보기를 권한다.
강직성척추염 치료에는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없애기 위한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주로 사용한다. 이 같은 약물로 치료해도 효과가 없으면 TNF-알파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TNF-알파 억제제는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인 TNF-알파 자체를 차단해 강직성척추염의 허리 통증뿐 아니라 포도막염, 염증성 장질환등 다른 척추 외 증상의 관리에도 이점이 있다.
강직성척추염의 주증상인 허리 통증은 너무 흔하고 원인도 다양해 환자가 정확한 병명을 알기까지 평균 40개월이 걸릴 정도로 조기 진단이 어렵다. 그래서 여러 병원,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가 뒤늦게 질환을 발견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염증으로 인해 관절 변형이 진행돼 척추가 대나무와 같이 굽은 채로 뻣뻣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최근 약제와 치료법이 발전해 관절이 굳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유사한 증상이 있다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빨리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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