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 이유로 애플ㆍ구글 스토어 모두 퇴출… ‘원스토어’에는 그대로
여성민우회 “게임업계의 성적 대상화 문제 또다시 드러나“
국산 모바일 게임 ‘언리쉬드’가 ‘어린이날 기념 이벤트’를 홍보한다며 어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삽화를 게시해 인터넷 상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성인 대상의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이기는 하지만 “어린이날을 기념한다”면서 어려 보이는 여성의 하체를 노출하고 야릇한 표정을 짓는 삽화를 올리는 행위는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적 상상을 노골적으로 부추긴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정성 문제를 넘어선다는 비판이다. 이 게임은 이미 지나친 선정성으로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에서는 퇴출되었으나, 국내 통신사 앱 장터인 ‘원스토어’에서는 아직도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다.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국내 게임회사 ‘유스티스’가 2013년부터 서비스한 모바일 카드 게임 ‘언리쉬드’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라 온 한 장의 삽화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삽화에는 교복을 입었거나 어려 보이는 여성 캐릭터들이 하체를 노출한 채 야릇한 자세와 표정으로 쳐다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회사는 이런 삽화를 ‘어린이날 기념 이벤트’를 홍보한다며 올려 비난을 자초했다. 심지어 2016년 어린이날에는 “어린이를 어른으로 만들어 줄 전문가를 초빙했다”는 표현으로 어린이날 이벤트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선정성 문제가 제기돼 애플 앱스토어에는 등록조차 되지 못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일시적으로 서비스됐지만 결국 퇴출됐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통신사들이 연합해 운영하는 ‘원스토어’에서는 서비스되고 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정세아 사무국장은 “기업에서 마케팅 전략을 짤 때는 사회의 분위기와 맥락을 읽어내야 하는데, ‘미투(#Me Too)’ 운동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에 대한 말하기가 이어지는 이 시점에, 그것도 어린이날에 사회 다수의 인식에 반하는 마케팅을 하는 기업은 지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회사는) 삽화 속 캐릭터가 어린이가 아니라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실제 어린이냐 성인이냐와 상관 없이 어린이날에 어려 보이는 캐릭터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 국장은 특히 “이 게임뿐 아니라 게임업계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문제가 줄곧 제기돼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많은 여성 게이머들이 지적해도 사라지지 않은 이 문제가 어린이날에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한다는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2016년에 법원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아동ㆍ성소년 대상 성범죄자 2,884명에 대한 판결문을 분석해 지난 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 대상 강간 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르는 연령대가 10대(33.5%)였다. 또래에 ‘성매매를 강요’한 범죄자 수도 10대(68.1%)가 압도적으로 많아, 최근 10대 청소년에 의한 성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과 일치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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