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대신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ㆍ정무위원장 요구
새누리 “협치(協治) 아니라 야치(野治)”
법정기한 내 원 구성 물 건너갈 듯
20대 국회 개원의 법정기한(7일)이 임박한 가운데 여야간 설전이 격화하면서 ‘28년 만의 정상 개원’ 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원내 협상이 중단된 상태에서 여야의 설전은 2일로 사흘째다. 국회법대로 7일 국회의장단을, 9일에는 18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날 설전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법사위원장 자리를 과감하게 양보하겠다”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그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여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원 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법사위(원장)를 양보하기로 한 만큼 이제는 새누리당이 화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교착 상태에 빠진 정국 타개”를 위해 꺼낸 회심의 카드라고 자평했다. 물론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인 더민주 몫이란 전제가 깔린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허무맹랑한 야당의 꼼수”라며 제안을 거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협치(協治)를 해야지 야치(野治)를 하면 안 된다”며 “3당이 만나 논의할 문제이지, 우 원내대표 혼자 방향을 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받아쳤다.
김 수석부대표에 따르면 그간 진행된 여야 3당 협상에서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서 국회의장을 유지하고, 18개 상임위원장을 새누리당 8개, 더민주 8개, 국민의당 2개로 배분하기로 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맡은 10개 상임위원장 중 외교통일ㆍ윤리위원장을 더민주에 내주겠다고 했지만 더민주는 ‘여소야대’ 기조에 따라 국회의장과 함께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는 대신 새누리당이 갖고 있던 운영위원장과 정무위원장을 요구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운영위와 정무위는 여당이 내줄 수 없는 상임위”라며 “(법사위를 양보하겠다는)우 원내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면 알맹이가 쏙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더민주가 양보를 가장해 국회의장, 정무ㆍ운영위원장을 독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이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시한 내 원 구성 실패를 야당 책임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야 3당이 20대 원 구성 즉시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기한 연장과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실시 등 5개 항에 합의한 만큼 정부여당 입장에서 원 구성이 빨라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의견 접근을 이룬 사안들까지 모두 뒤엎고 있다”면서 “말이 바뀌는 것은 두 곳 이상으로부터 ‘오더’를 받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협상은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부대표가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여당에 대한 두 야당의 사과를 요구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1일 두 야당이 국회의장을 ‘표결처리’하겠다고 야합하는 바람에 협상테이블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수석부대표는 “엊그제 야3당이 5개 항에 대해 합의해 발표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이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게 사과를 할 일이냐”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박완주 더민주 수석부대표도 “법사위 양보를 제안하고 하루를 기다렸지만 사과만 요구하는데, 협상할 뜻이 진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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