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늘려 부동산 경기 부양"
"체질ㆍ구조 개혁 노력은 없어" 혹평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지난해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로 재임 1년을 맞는다. 최 부총리는 국내외를 통틀어도 장관급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자신만의 정책 브랜드(초이노믹스)를 가졌던 인물. 그 만큼 강한 존재감 속에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세간의 점수는 그리 후하지 못하다. “출발은 거창했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는 없는, 신기루 같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이유다.
숨 가빴던 1년
최 부총리가 취임할 당시는 세월호 충격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던 시기다. 장기간 얼어붙은 부동산과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은 물론, 투자ㆍ소비 등 경제 전 분야에 위기감이 높았다. 집권당 원내대표 출신의 3선 의원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그는 취임과 동시에 과감한 규제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을 펼쳤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7ㆍ24대책), 재개발ㆍ재건축사업 활성화(9ㆍ1대책) 등 부동산 규제완화와 총 46조원 이상의 경기부양 패키지 자금 투입은 ‘실세’가 아니면 던지기 어려운 승부수였다. ‘초이노믹스’란 조어의 탄생 배경이기도 했다.
한때는 시장도 들썩였다. 꾸준한 부동산 거래량 증가 속에 소비ㆍ투자ㆍ고용 활성화, 각종 규제철폐 대책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올 봄엔 주가 2,300선 돌파까지 거론될 만큼 경기 회복 낙관론이 퍼지기도 했다. 자산시장의 봄 기운에 힘 입어 그는 올 들어 “경제활력과 구조개혁의 ‘두 마리 사자’를 잡겠다”며 한층 보폭을 넓히기도 했다. 공공ㆍ교육ㆍ노동ㆍ금융 등 4대 분야의 구조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그는 4월, 5월 다달이 마지노선까지 제시하며 관료사회와 정치권을 압박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야당, 노동계 등과의 갈등 속에 주요 구조개혁 과제가 연달아 성과 없이 시한을 넘기고, 급기야 작년 세월호 충격을 뛰어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악재까지 터지면서 최 부총리는 취임 1년에 즈음해 또다시 경기부양 실탄(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부탁하는 처지가 됐다.
냉담한 평가
12일 한국일보가 경제 전문가들에게 초이노믹스 1년의 공과에 대해 견해를 들어본 결과, 대체적인 평가는 매우 냉담했다. 가장 혹평이 쏟아진 건 빚을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최 부총리의 1년은 ‘부채 확산에 의한 부동산 가격지지’가 핵심이었다”며 “초이노믹스 효과는 채 한 달을 가지 못했고, 결국 미래세대까지 부담을 지울 가계부채 급증과 재정적자 확대만 남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역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며 “결국 기억에 남는 건 부동산 경기 부양 뿐”이라고 말했다.
단기 경기부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꼬집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겸임교수는 “정치인으로서 경기를 부양시켜 빠른 시일 내 경기를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충동이 앞섰던 것 같다”며 “구조개혁이나 경제 체질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김상조 교수 역시 “단기 부양만 있고 장기적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노력이 없었다는 점은 몹시 아쉽다”고 했다. 구조개혁을 재임 1년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 최 부총리 스스로의 평가와는 대조적이다.
실세 정치인 출신 부총리로 정치권과 행정부 간의 원활한 협조 체제를 이끌어낼 거란 기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협상력 기대가 컸는데 최선을 다해 정치권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긴커녕 국회 탓만 했다”고 꼬집었다.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린 성태윤 연세대 교수 역시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펼쳤던 취임 초기와 추경 편성에 나선 최근의 최경환 부총리는 경기 인식과 대응의 방향성에서 인정할 만하다”면서도 “중반기 이후엔 정책 리더십이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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