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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외제차 ‘10년 카르텔’ 깬 볼보…

입력
2016.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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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연간 80만대” 판매확대 위해 보험개발원 평가 요구 수용

작년 등급평가 ‘임팔라 효과’ 기대… “10만대 팔리면 연간 190억 보험금 절감 예상”

벤츠, 폭스바겐 등도 동참 움직임… “수리비 절감 기대되지만 대거 동참까진 넘을 산 많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불과 10년 전(2005년) 자동차 100대 가운데 1.2대 꼴이었던 외제차는 작년 말 6.6대로 크게 늘었다. 작년 국산(7.3%)의 4배를 넘어선 판매 증가율(29.2%)에서 보듯, 엄청난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외제차의 높은 수리비 부담을 전체 보험 소비자들이 나눠지는 불합리한 구조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 개선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지만 마땅히 강제할 수단이 없던 탓에 외제차의 높은 인기를 등에 업고 수리비와 보험료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번에 볼보가 외제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보험개발원의 차량모델 등급평가를 받기로 한 건 이런 구조를 깰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볼보 왜 나섰나

볼보가 지난해 국내에 판매한 신차(4,238대)는 전체 외제차 신규판매(28만8,272대)의 1.5% 수준으로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볼보는 역대 최고였던 2014년(2,976대)에 이어 작년에도 42.4%나 국내 판매량을 늘리며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 1월 방한한 라스 다니엘손 볼보그룹 수석부사장은 “중기적으로 글로벌 연간 판매량을 80만대까지 늘리고 한국 판매량도 1만대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볼보가 외제차 업체들의 오랜 등급평가 외면 대열에서 이탈한 것은 이런 판매증대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등급평가 수용은 신차의 성능뿐 아니라 수리비와 보험료 수준까지 함께 낮춰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볼보는 스웨덴 실험 현장을 보험개발원에 공개함으로써 차량 충돌 및 손상성 시험을 마쳤지만 아직 부품 공급가를 얼마나 조정할 지는 통보하지 않은 상태다. 보험개발원의 차량등급은 손상정도, 수리용이성과 함께 수리비와 직결되는 부품공급가, 보험사 손해율 등이 종합 고려돼 책정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볼보 신차의 경우, 적어도 지금보다 상당히 개선된 등급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제차 수리비ㆍ보험료 얼마나 내릴까

등급평가의 효과를 점쳐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반(半)외제차’라고 할 수 있는 GM 임팔라 테스트다. 이전까지 임팔라의 보험등급은 GM 브랜드 평균인 3등급이었으나 충돌 테스트를 받고, 부품가격을 50% 이상 내린 덕에 12등급으로 등급을 크게 개선시켰다. 자기차량손해담보 보험료만 평균 30만~37만원 낮출 수 있었던 배경이다. 보험개발원은 향후 임팔라가 국내에서 10만대 판매될 경우를 가정, 사고로 인한 지급 보험금 절감 효과가 연간 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모든 외제차가 평가 후 임팔라만큼 등급이 개선되지 않는다 해도 ‘10만대 당 190억원 효과’에 비춰보면 등록 기준 139만대에 이르는 외제차 시장에 등급제가 확산된다면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개발원의 차량 등급평가를 외면하고 있는 외제차들의 보험등급은 현재 오직 손해율을 토대로 매겨진다. 이전에 보험사가 거둔 보험료 가운데 보험금으로 얼마나 나갔는지가 매년 보험료를 산정할 때 주요 잣대가 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벤츠 S클래스(14등급) 같은 고가 차량은 차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품가가 낮아 손해율(보험등급)이 좋아지고, 반대로 폭스바겐 골프(1등급) 같은 보급형 차량은 차값에 비해 비싼 부품값으로 보험등급이 나빠지는 역설도 발생한다. 고가 외제차는 등급평가를 받아도 등급을 더 개선할 여지가 크지 않지만, 보급형 외제차는 등급평가 후 수리비ㆍ보험료를 대폭 낮출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침묵의 카르텔 깨질까

외제차 업체들이 그간 등급평가에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고가 외제차를 찾는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자차 보험료 차이에 민감하지 않았던 데다, 굳이 충돌실험을 위해 차량을 무상 제공할 유인도 없었기 때문이다. ‘별도 평가를 받아 수리비ㆍ보험료를 낮추지 않아도 팔린다’는 자신감이 외제차 업체들 사이에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로 굳어져왔던 셈이다.

하지만 볼보를 시작으로 이런 카르텔에 균열 조짐이 생기고 있다. 폭스바겐은 “보험개발원과 긍정적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고, 푸조 역시 부품공급가를 지금보다 낮출 여지가 생기면 등급평가를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그간 완강히 평가를 거부해 왔던 벤츠, BMW 등 인기 메이커들도 최근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신차에 일부 적용 중인 자율주행차 기술을 소비자에게 평가받는다는 의미에서 등급평가 수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변화 움직임이 실제 체감효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리비가 낮아지면 외제차 판매업체와 밀접한 관계인 직영 정비센터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 텐데, 양자의 견고한 공생관계가 깨지지 않는 한 등급평가 수용 분위기가 대거 확산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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