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 없이 하반기 전략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신을 둘러 싼 ‘대세론’이 야권 지지세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민심 행보를 통한 이미지 소비를 지양한다는 취지다.
야권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추석 전날과 당일 경남 양산의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는 등 평범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부산의 모친을 양산으로 모셔 동선을 최소화하는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집으로 명절 인사를 올 정치권 인사들과 회동을 가지며 여론 청취에 전력한다. 추석 뒷날인 16일에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함께 부산 민주화 운동의 대부인 송기인 신부를 만난다. 송 신부는 1986년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게 세례를 주는 등 부산ㆍ경남(PK) 친노 진영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추석 명절 뒤 휴일인 17~18일에는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캠프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하반기 전략 마련에 들어간다.
문 전 대표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에는 지진이 발생한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와 부산의 고리 원전 등을 찾아 “신고리 5ㆍ6호기 신규 건설 계획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 전 대표가 추석 연휴를 통해 집중적으로 가다듬을 부분은 싱크탱크 구성과 캠프 운영방식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그 동안 비공개로 외교ㆍ안보, 경제ㆍ복지ㆍ디지털ㆍ인공지능 등 분야의 교수들과 함께 공부모임을 이어왔다. 추석 이후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만큼 즉시 싱크탱크와 캠프 참가 인원을 확정해 발표하긴 어렵지만, 대략적인 인선의 방향은 연휴 기간에 결정될 공산이 크다.
추석 이후 문 전 대표의 행보는 최근과 같이 ‘민생경제’ 등 서민 이슈를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전 대표는 4ㆍ13 총선 이후 독도를 방문하고, 8ㆍ27 전당대회 이후에도 낙동강 녹조 현장을 방문하는 등 야권 내 정치 이슈와 거리를 뒀다. 지난 11일 광주 방문 당시에도 그는 전기차 시운전, 지역 청년과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발언에 집중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은 “전당대회 이후, 당원들의 선택으로 지도부가 들어섰음에도 ‘문재인 대세론’이라는 평가가 많아져 당분간 정치적 메시지를 줄일 것”이라며 “민생경제 등을 챙기면서 문재인 정치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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