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에 대응해 우리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지 주목된다.
지난해 북한의 지뢰 도발 위기를 극적으로 해소한 8ㆍ25 합의 당시 비정상적 사태가 벌어
질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8ㆍ25 합의문 제3항은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돼 있다. 이는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지만 4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합의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확실한 보복조치를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비대칭전략으로, 그 어떤 제재보다 압박 효과가 크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지뢰 도발의 대응 조치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지 불과 10일 만에 “확성기 방송은 선전 포고”라며 곧바로 서부전선 포격에 나서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신중한 입장이다. 북한을 자극할 경우 자칫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8ㆍ25 합의에 언급된 ‘비정상적 사태’에 해당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이버 공격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그 문제를 단정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제한된다. 지금까지 핵실험에 대해선 정치외교적인 여러 문제가 있다”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친 바 있다. 핵 문제는 유엔 안보리 등 국제 제재가 따르는 만큼 국지적 도발에 대한 대응과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수단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라며 “국제적인 대북 공조에 맞춰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여지는 남겨뒀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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