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 차관급 대화 등서 "협상 속도 내기 어렵다" 되풀이
일본 정부가 사실상 올해 안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최근 우리 정부당국자에게 밝힌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일본 측이 최근 한일 국장급 협의와 차관급 전략대화 등을 통해 국내 사정 상 위안부 문제 협상에 지금 속도를 내기는 곤란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면서 “일본 정부가 올해 안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양국이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불편한 관계에서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나 같은 입장을 전해 듣고 회담장을 나와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이키 차관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등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을 반복하며 진전된 논의에 전혀 관심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특히 ‘일본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한일 정상회담 등 관계정상화의 조건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측이 회담장에서는 속내를 내비치지 않지만 회담장 밖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을 준비할 생각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 같은 기류를 아사히신문이 지난 8월 위안부의 강제동원 증언 기사를 오보로 인정한 후 일본 정부가 국내외를 대상으로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홍보전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상황의 연장선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국교정상화 50주년에 앞서 한일 외교 당국간 추진하던 주요 이벤트들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위안부 문제 논의를 위한 제5차 한일 국장급 협의도 성과 없이 형식적 차원의 양국 간 만남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 정부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하고, 대신 같은 달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것으로 회담의 수준을 낮춰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위안부 등 중요한 현안들은 모두 내년으로 미뤄진 셈”이라면서 “17일부터 일본에서 시작되는 추계제사 때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이어질 경우 한일관계는 더욱 경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