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리인하 기대 차단 나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대외경제가 불확실할 때는 정책 여력을 아껴둬야 한다”고 밝혔다. 총선 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매파적(긴축적인 통화운영)인 발언이다. 시장에 강하게 형성돼 있는 2분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질 전망이어서, 이 총재가 매파적인 입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상황이 불확실할 때 섣불리 통화정책을 쓰는 건 위험하다. 대외여건이 안정적일 때 통화정책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외여건이 불확실할 땐 정책 여력을 아껴둬야 한다”며 “통화정책을 비교적 조심스럽게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0개월째 동결할 가능성에 한층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ㆍ운용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86.1%가 4월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당연직인 한은 총재ㆍ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임명직 위원 중 4명이 이번 금통위를 끝으로 교체되는 점도 동결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시장의 관심은 5월 이후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정부가 국회의 도움 없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금리 인하 카드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날 이 총재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크게 반등하지 않는 한 결국 5, 6월 중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늦어도 2분기 안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관심은 19일 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낮추느냐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1, 2월 수출이 좋지 않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요인이 생겼다”며 연초 전망치인 3.0%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2~0.4%포인트 내릴 것(박종연 연구원 2.8%,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2.6~2.7%)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기관들은 이미 전망치를 2% 중반 전후로 속속 낮추고 있는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7%, LG경제연구원이 2.4%, 금융연구원이 2.6%를 전망했고, 현대경제연구원도 17일 전망치를 2.8%에서 2.5%로 수정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는 올해 뚜렷한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불황 국면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가계의 소비심리 회복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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