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朝日)신문이 4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을 맞아 후쿠시마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방사성 물질이 가족과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또 주민 71%가 원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흐릿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지 주민의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는데도, 일본 사회는 물론 원전 사고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 주민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방사성 물질의 특색과 무관하지 않다. 냄새도 맛도 색깔도 없는 방사성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포감이 커지기도 하고 관심이 수그러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방사능 오염 실태를 시각화한 ‘방사선상(放射線像), 방사능을 가시화하다’라는 책이 일본에서 최근 발행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작가 가가야 마사미치(加賀谷雅道)와 모리 사토시(森敏) 도쿄대 명예교수가 원전 사고 이후 3년여간 채집한 동식물과 생활용품 수백점의 방사능 오염 상태를 오토라디오그래피(Auto Radiography, 자기방사법)라는 촬영법으로 시각화한 사진 60여점에 해설을 곁들였다. 면장갑, 장화, 편지봉투, 슬리퍼, 고무장갑, 빨래집게 등에서 벚꽃, 버섯, 죽순, 노송나무잎, 단풍잎, 뱀, 새의 깃털, 잉어, 개구리, 금붕어 등 다양한 개체를 관찰대상으로 삼았다.
이 책에 소개된 새의 깃털을 보면 뿌리부분부터 깃털 끝부분까지 검은 점이 퍼져 있어 원전 사고 직후 대기중에 방사성 물질이 확산된 지역을 날아다닌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깃털의 색깔은 바깥쪽으로 갈수록 짙게 나타나는데, 이는 날개에 묻은 방사성 물질이 날갯짓하는 과정에서 원심력에 의해 한쪽으로 쏠린 것이라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새의 날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후쿠시마 나미에마치의 연못에서 잡은 잉어에서는 근육이 발달한 등 부분에서 꼬리 부분이 특히 검은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근육에 방사성 세슘이 집중돼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가미 부분이 상대적으로 옅게 나타나는 것은 방사능 오염이 적게 된 것이 아니라, 뼈나 연골에 체내 방사성 물질이 스며들어 있어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의 권말에는 후쿠시마를 비롯, 도쿄 및 수도권 일대의 방사선 오염상황도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 방재교육에도 적합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앞서 이 방법으로 찍은 방사능 오염 사진으로 도쿄, 시즈오카, 후쿠시마 일대에서 전시회를 열어 방사선 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전시회를 본 관람객들은 “생물이 내부 피폭하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방사능 따위 별거 아니야’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에 오염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달 10일부터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전시회를 계획중이다.
현재는 일본에서만 출판됐지만, 저자는 향후 해외 출판을 통해 전세계 사람에게 원전 사고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의향도 내비쳤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