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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강정마을 건의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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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강정마을 건의문’ 논란

입력
2017.06.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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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최근 청와대에 제출

주민 진상조사 요구는 제외

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10년째 이어져 온 강정마을 갈등을 해결을 위한 건의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건의문이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전경.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전경.

도는 지난 26일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철회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건의문’을 제주지사와 제주지역 국회의원, 제주도교육감, 제주도의회의장, 도내 대학 총장, 각 정당 도당위원장, 시민사회단체 대표, 종교단체 대표 등 87개 단체장 등의 이름으로 제출했다고 28일 밝혔다.

도는 건의문을 통해 “지난해 해군의 손해배상(구상금) 청구 소송으로 마을 공동체는 심대한 정신적 충격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며 “삶의 터전을 내준 주민들은 범죄자로 내몰렸고, 이어 거액의 구상금 청구까지 겹치면서 마을 공동체는 산산이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정마을 주민들이 구상금 청구소송을 비롯해 사법적 제재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난다면 대통합의 큰 밀알이 될 수 있다”며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와 특별사면, 정부가 추진하는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의문에는 강정마을회가 요구해 온 제주해군기지건설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한 명예회복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건의문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에 밝힌 공약 수준에 그친 셈이다.

강정주민들은 지난 10년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의 문제점, 인권탄압과 국가폭력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규명과 국가의 유감표명, 적절한 조치와 재발방지 등의 노력으로 명예회복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구상금 철회나 사면복권만으로는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이번 청와대에 제출된 건의문은 강정마을주민들과 협의해서 만든 게 아니”라며 “진상조사가 이뤄져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정부가 바뀌었다고 잘못한 사람들에게 특혜나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강정마을회가 요구하는 진상조사는 구두로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해군은 지난해 3월 강정주민들과 활동가, 강정마을회 등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34억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강정마을주민 등 700여명이 연행됐고, 사법처리 건수도 480여건에 이른다. 개인과 강정마을회가 부담한 벌금도 3억8,000여만원이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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