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개헌안 만들기에 본격 착수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국민개헌자문특위’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5일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헌안에) 합의하는 게 최선이지만 국회 합의만을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고 정책기획위에 개헌안 준비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야 간 권력구조(정부형태) 합의가 쉽지 않다면 이견이 별로 없는 국민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개헌에 집중하자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1일 시ㆍ도지사 회의에서도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한 다음 여야 간 합의된 과제를 모아서 개헌한다면 크게 정쟁화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회 개헌 논의를 지켜보며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되,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내놓지 못하면 정부안을 먼저 내놓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책기획위는 한 달 남짓 여론을 수렴, 3월 중순까지 ‘국민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론 수렴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본으로 토론회, 공론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를 대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개헌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개헌 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장 한국당의 반대가 큰걸림돌이다. 이날 국회 헌법개정ㆍ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개헌 소위에서 정부형태와 관련, 민주당의 ‘4년 중임 대통령제’와 한국당의 ‘분권형 대통령제’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개헌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여야가 크게 엇갈린다. 개헌 저지선(100석)을 확보한 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의 개헌안 의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 개헌안’은 한국당 등에 대한 정치적 압박의 성격이 짙다.
여당은 이미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의 대강에 관한 당론을 채택했다. 여권 입장이 정리된 만큼 한국당도 빨리 개헌안을 내놓고 조율에 나서야 한다. 여당의 개헌 작업을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이념 공세로 어깃장을 놓는 것은 반(反)개헌 세력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공약했다. 국민 70%가량이 지지하고 대통령도 적극 나선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적기다.
개헌안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하는 게 최선이다. 국회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키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개헌 논의를 가속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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