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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들고 1박~2일!② 여자 넷, 춘천 청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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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들고 1박~2일!② 여자 넷, 춘천 청춘여행

입력
2014.08.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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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한번쯤은 해외에 다녀와야 여행으로 쳐주는 세태지만 실제 대학생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등록금과 방값에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취업과 학습의 부담감에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여름방학 동안 한국일보에서 인턴기자를 하고 있는 남녀 두 대학생이 친구들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1박2일 근교여행을 기획했다. 조건은 딱 한가지, 1인당 10만원 이내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 남자 다섯 한탄강 여행 따라가기)

‘이 방학의 끝을 잡고’ 도란도란 춘천 기차여행.

소양호 유람선에서 내려 청평사 가는 길에서 돌탑을 쌓고 있다. 춘천=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소양호 유람선에서 내려 청평사 가는 길에서 돌탑을 쌓고 있다. 춘천=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평사 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짙은 숲길이 이어진다. 춘천=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평사 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짙은 숲길이 이어진다. 춘천=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평사계곡에 발을 담그면 작은 물고기들이 간지럼을 태운다. 강다연 인턴기자
청평사계곡에 발을 담그면 작은 물고기들이 간지럼을 태운다. 강다연 인턴기자
춘천에서 먹는 닭갈비는 서울에 비해 푸짐하고 매콤하다. 강다연 인턴기자
춘천에서 먹는 닭갈비는 서울에 비해 푸짐하고 매콤하다. 강다연 인턴기자
청평사로 가는 유람선이 운행하는 소양호에선 모터보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춘천=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평사로 가는 유람선이 운행하는 소양호에선 모터보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춘천=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개강이 코앞이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 여름방학이 아쉬워 막바지에 여행을 계획했다. 이른바 ‘이 방학의 끝을 잡고’. 마음 맞는 친구 넷이 모여 호기롭게 시작한 여행 얘기는 곧 난관에 부딪혔다. 4명 여대생의 구성은 장롱면허 둘에 무면허 둘, 보유한 자동차는 0, 선택할 수 있는 건 대중교통뿐이었다. 가는 것도 대중교통, 가서도 대중교통, 오로지 대중교통에 튼튼한 다리를 믿고 뚜벅이 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강원 춘천이다. 실제로는 꽤 가까운데도 왠지 멀게 느껴지는 (바꿔 말해 오래 걸리지 않으면서도 여행의 느낌은 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라는 유안진의 시를 떠올리며 가을의 초입에 춘천을 찾았다.

승용차 없이 춘천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용산이나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ITX-청춘열차를 타는 것이다. 2010년 경춘선 무궁화호가 운행을 마친 이후 개통된 복선선로를 이용한다. 특히 ITX-청춘열차는 국내 유일 2층 준고속 열차로 평일 기준 하루에 22번 서울과 춘천을 오간다. 4·5호 객차에 있는 2층 좌석은 인기가 좋아 인터넷 예매가 필수다. 기차 안에 예전처럼 기타 치는 복학생 오빠는 없지만 다행히 간식수레는 그대로 남아있다. 화장실과 자판기, 수유실도 생겼다. 가는 동안 잠에 빠질 수도 있지만 북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를 즐기는 게 경춘선 기차여행의 제맛이다. 특히 청평역에서 가평역 구간이 경치가 좋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산뜻한 햇살과 덜컹거리는 소음에 익숙해질 즈음 춘천역에 도착했다.

첫 번째 목적지인 청평사로 가기 위해 춘천역 맞은편 버스정류소에서 소양강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곳에서 소양강댐 정상까지는 40여분 걸린다. 닭갈비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댐 초입의 ‘윗샘밭’정류소에서 내렸다. 춘천 닭갈비는 서울에서 먹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고기와 채소 양이 많고 조금 더 촉촉하다. 인원 수 대로 닭갈비를 시키면 남길 확률이 크다. 4명이 가면 닭갈비 3인분을 시키고 나중에 밥과 우동사리를 볶아 먹으면 알맞다. 옥수수 동동주까지 한잔 곁들이면 더 맛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버스에 올라 소양강댐 정상으로 이동해 선착장에서 청평사행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청평사와 댐을 오가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다. 15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 가벼운 산길을 40분 정도 걸으면 청평사다. 오르는 길을 따라 계곡이 이어져 중간중간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투명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작은 물고기가 간지럼을 태운다.

의암호 카누체험은 춘천의 물과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강다연 인턴기자
의암호 카누체험은 춘천의 물과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강다연 인턴기자
춘천MBC에서 본 공지천 야경. 강다연 인턴기자
춘천MBC에서 본 공지천 야경. 강다연 인턴기자

다음 목적지는 강원도립화목원, 소양강댐에서 버스로 15분 거리다. 조경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적하게 거닐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저렴한 입장료(1,000원)로 다양한 식물도 보고 산림박물관도 둘러본다. 공지천변에 위치한‘KT&G 상상마당 스테이’에 숙소를 잡고 주변 공원 산책에 나섰다. 춘천MBC에 올라가면 북한강변과 춘천시내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면에 일렁이는 가로수 조명이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둘째 날은 물레길에서 카누를 탔다. 안전교육을 받은 후, 직접 노를 저으며 의암호의 아스라한 풍경 속으로 빠져드는 체험이다. 여자 두 명이 노를 저으면 팔이 조금 아프지만 그래도 쉬엄쉬엄 할만하다. 춘천은 어딜 가도 물이 있고 산이 있다. 물레길은 산과 물이 빚은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누를 타고 주변의 삼악산과 드름산 줄기 사이로 노를 저어 들어간다. 고즈넉한 의암호 변을 따라가다 보면 물안개 낀 호숫가 경치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함께 탄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도 즐겁다.

카누를 타다 흘린 땀을 잠시 식히고 북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의암호 스카이워크와 만난다. 바닥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발 밑으로 강이 흐른다. 기념사진도 빼놓지 않는다.

남춘천역 근처로 이동해 막국수집에 들렀다. 막국수에 옹심이칼국수, 편육, 녹두전까지 골고루 시켰다.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먹는 막국수는 쟁반 막국수와는 맛이 사뭇 다르다. 식초, 겨자, 설탕을 취향대로 곁들이면 된다.

열차 시간에 맞춰 남춘천역으로 이동해 ITX-청춘열차에 다시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운이 좋게도 2층 좌석을 잡았다. 1박 2일간의 여정을 되짚어본다. 여행의 묘미는 어쩌면 불확실성에 있는 게 아닐까? 비가 온다는 예보에 떠나기도 전에 낙심해야 했고, 청평사 가는 길은 전날 내린 비에 토사가 쓸려 내려 매표소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뜻밖의 행운도 있었다. 성묘 길에 우연히 우리 일행을 태워주고 요금도 받지 않은 택시기사를 만났고, 들어간 음식점에서도 메뉴 선정 실패 없이 모두 맛있게 먹었다. 다음엔 청평사 안까지 꼭 가보기로 친구들과 약속했으니 다시 춘천으로 여행 갈 정당한 핑계까지 얻었다. 다만 아쉽게도 여행지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는 못했는데 남자 넷 무리를 마주치지 못한 탓이다. 셋이나 다섯은 많았는데, 쩝! 친구들과의 인연은 끈끈하게 다졌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여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춘천=강다연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의암호 카누체험. 강다연 인턴기자
의암호 카누체험. 강다연 인턴기자

[춘천 여행비용(여자 4명)]

- 숙박비 118,000원(KT&G상상마당스테이 4인실)

- 교통비 74,400원(ITX청춘열차+시내버스+택시)

- 체험·입장료 88,000원

- 식비 108,000원

- 총액 388,400원

- 1인당 97,100원

[춘천 여행메모]

- 경춘천 전철 개통 이후 춘천여행이 빠르고 쉬워졌다. 대성리와 청평은 예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다. 청평역에 내리면 가평터미널과 아침고요수목원을 오가는 관광지 순환버스를 이용해 자라섬·남이섬·쁘띠프랑스 등 가평지역 주요관광지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각 방면으로 1시간에 1대씩 운행한다.

- 경강역은 옛 경춘선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역이다. 참느릅나무와 전나무 사이의 빨간 벽돌 역사가 추억을 되살린다. 지금은 전철이 다니지 않는 폐역이지만 대신 가평철교까지 레일바이크(왕복 7.2km)를 운행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 정각 하루 8차례 운행한다. 대중교통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흠이다.

- 옛 강촌역에서 김유정역 구간(편도 8km)도 레일바이크를 운행한다. 선로가 북한강을 따라 놓여 있어 산과 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각 역에서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출발하고, 셔틀버스로 출발역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김유정역에서 출발하면 힘이 덜 드는 내리막 코스다. 김유정역 출발점은 전철역 바로 옆이지만, 강촌역 출발점은 전철역에서 약 1.4km 떨어져 있다. 강촌레일파크 홈페이지(http://www.railpark.c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 새로 지은 김유정역은 한옥 기와지붕이 특이하다. 레일바이크 카페건물은 외벽을 책장모양으로 장식해 문학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전철역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 소양호선착장에선 청평사를 오가는 유람선뿐 아니라 레저용 모터보트도 운영하고 있다. 코스 길이에 따라 3만~6만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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