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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과징금에 총수 아들 고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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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과징금에 총수 아들 고발까지...

입력
2018.01.15 12: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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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2세 회사에 ‘통행세’ 주고

캔 납품사에 원재료 구입도 강제

590억 매출 올려 경영 승계 작업

공정위, 관계사 3곳에 107억 부과

주류회사 하이트진로가 총수 아들 회사에 장기간 일감을 대거 몰아주는 방식으로 총수 아들과 그의 회사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일감 몰아주기가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까지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와 관계회사에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 아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5일 하이트진로가 박문덕 회장의 아들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직급 부사장ㆍ총수 2세)이 소유한 회사에 장기간 일감을 몰아준 것을 확인하고 하이트진로에 79억5,000만원, 박 본부장의 회사 서영이앤티에 15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맥주캔 제조사 삼광글라스에도 12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겨, 제재했다.

공정위는 또 일감 몰아주기 작업을 주도한 박 본부장,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하이트진로의 경영진과 그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맥주회사인 하이트맥주(구 조선맥주)와 소주회사인 진로가 합쳐진 회사로, OB맥주에 이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제재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를 처리한 첫 사례다.공정위에 따르면 박 본부장은 생맥주 기계를 하이트진로에 납품하던 중소기업 서영이앤티 지분을 2007년 인수했다. 그때까지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로부터 맥주캔을 직접 구매했지만, 그 이후부터 서영이앤티를 중간에 끼고 맥주캔을 사들였다. 서영이앤티를 중간에 넣고 서영이앤티에 캔 1개당 2원의 ‘통행세’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에 따라 서영이앤티의 매출은 142억원(2007년)에서 855억원(2008~2012년 평균)으로 6배 급증했다.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소주 참이슬.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소주 참이슬.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하이트진로는 2013년 1월부터 삼광글라스가 알루미늄 코일(맥주캔 원료)을 구매할 때에도 서영이앤티를 중간에 끼워 넣고 사들이도록 갑질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서영이앤티는 알루미늄 코일 통행세를 챙기며 1년 1개월 간 590억원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2월에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 주식을 다른 회사에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는 등 우회 지원하기도 했다. 2014년 9월에는 삼광글라스가 밀폐용기 뚜껑을 사들일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와 우회 지원을 통해 하이트진로는 총수 2세 회사에 100억원 안팎을 지원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0년에 걸친 부당 지원행위로 인해 공정거래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직거래 분야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은 결과, 이 회사는 단숨에 유력한 사업자 지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서영이앤티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승계에도 악용됐다. 박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2007년 이 회사는 하이트진로의 거래회사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서영이앤티가 하이트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하며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자연히 서영이앤티 최대주주(2016년말 기준 58.44%)인 박 본부장이 하이트진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됐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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