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방송 하차라는 페페페의 요구를 받아들여 반면교사의 표본이 되면 우리 사회는 과연 만연한 여성혐오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혐오라는 문제를 너무 단순화해 사고하고 있다”며 “발언의 표면적인 강도보다는 그 배경의 심각성에 초점을 맞춰야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발언 당사자나 그 발언을 비난?옹호하는 사람들 모두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단순히 발언이 ‘심했다’는 식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며 “혐오 발언의 화자를 얼마나 강하게 징벌할 것이냐보다는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된 사회적 맥락과 배경을 집요하게 따져 묻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징벌만 강하게 가면 사회는 그 문제를 입에 담는 것을 무조건 회피하거나 더 교묘하고 은밀하게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혐오는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런 혐오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기존의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무조건 잘못했다. 불쾌하다니 미안하다”보다는 “뭐가 문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게 오히려 더 솔직하고 진솔한 사과일 수 있다.
‘일베와 여성혐오’의 필자 윤보라(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씨도 “여성혐오라는 사회 문제의 책임을 한 개인에게 다 물을 수는 없고,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공론장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고, 발언의 수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며 “문제를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데이트폭력, 연인 살인 같은 여성혐오의 자장 안에 있는 사건들을 젠더 문제는 삭제한 채 악마적 개인의 잔혹한 돌출 행위로 다뤄왔다”며 “옹달샘 사건도 일시적 해프닝이 아닌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는 사건으로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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