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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6곳 비리, 38명 기소로 마무리… 김정태ㆍ윤종규 혐의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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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6곳 비리, 38명 기소로 마무리… 김정태ㆍ윤종규 혐의 벗어

입력
2018.06.17 14:47
수정
2018.06.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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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8개월 수사 중간결과 발표 12명 구속ㆍ26명 불구속 기소 하나ㆍ국민은 여성차별로 재판 신한금융그룹 비리는 수사 중
임원 자녀에게 특혜를 줘 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이 11일 오후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임원 자녀에게 특혜를 줘 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이 11일 오후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 채용비리 검찰 수사가 은행장 등 총 38명과 시중은행 2곳을 재판에 넘긴 것으로 일단락됐다. 은행 고위 간부 자제에 대한 ‘음서제’, 유력인사 청탁에 따른 자격 미달자 부정합격, 여성 채용차별, 상위권 대학 출신 가려뽑기 등 온갖 부정한 관행의 민낯이 8개월여 수사로 드러났다. 금융계가 주목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부당 개입했다는 입증이 안돼 혐의를 벗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는 17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3곳 등 은행 6곳의 채용비리를 수사해 은행장 4명을 비롯한 총 38명을 재판에 넘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 12명이 구속 기소됐으며, 법원 영장심사를 받았으나 구속을 면한 함영주 KEB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을 포함한 2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하며 남성을 우선해 뽑은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2곳도 ‘양벌(兩罰) 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고발 당한 김 회장과 윤 회장은 사법처리를 면했다. 대검 관계자는 “위계나 위력으로 점수 조작 등의 부정 채용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로 드러나진 않아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은행 6곳의 채용 관련 비리 건수는 695건에 달했다. 유형별 채용비리 건수로는 ▦은행 임직원 자녀 특혜ㆍ부정채용이 53건 ▦외부 유력인사 청탁 367건 ▦성차별 채용이 225건 ▦학력 차별 19건 ▦지역 우대 등 기타 31건으로 집계됐다.

대검에 따르면,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청탁 명부’를 두고 채용절차가 끝날 때까지 관리했다. 하나은행은 청탁 대상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무조건 붙여줬고, 감점 사유를 삭제하는 등으로 탈락자를 합격자로 둔갑시켰다. 은행장이 챙긴 지원자는 따로 리스트에 올려 각 전형별로 합격자를 표시해 보고했다. 필기ㆍ면접에서 떨어져도 든든한 뒷배가 있는 자는 점수를 수정해줬다. 점수 조작은 우리ㆍ국민ㆍ대구은행도 했다. 국민은행 채용팀장은 부행장의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 지원자를 부행장 자녀로 착각해 알아서 논술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가 부행장 자녀가 군대에 있음을 뒤늦게 알고 면접에서 동명이인 여성지원자를 떨어뜨리는 황당한 부정행위도 벌였다.

일부 은행은 청탁 대상자 합격을 위해 없던 채용 절차나 조건을 끼워 넣는 무리수도 뒀다. 하나은행은 애초 공고하지도 않았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신설해 불합격권이던 2명을 새 식구로 맞았다. 은행 담당자는 “인성등급과 출신학교를 고려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그 2명은 해외대학 출신 분류에서도 30명 중 23위, 25위인데 뽑혔다. 대구은행은 주요 거래처 자녀를 뽑으라는 은행장 지시에 따라 보훈대상자도 아닌 그들을 보훈특채로 뽑았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2년 근무 뒤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보훈특채는 불법채용의 통로로 활용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정 지원자를 뽑으려 조작을 거듭한 사례도 잇따랐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2015년 신입행원 채용에서 전직 국가정보원 간부로부터 딸 채용을 부탁받자 서류와 1차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 하지만 그 딸은 대학 졸업에도 문제가 생겨 이듬해 3월 사직했다가 재응시했고 은행은 다시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인을 위해 서류ㆍ필기ㆍ면접 과정에서 점수를 계속 조작해 합격시킨 경우는 대부분 은행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노골적으로 여성을 차별 채용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2015년 여성의 서류 합격자가 많자 112명의 등급점수를 깎아 떨어뜨리고,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상향해 다음 전형으로 보냈다. 하나은행은 2013~2016년 남녀 채용비율을 4 대 1로 미리 정하고 성별에 따라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했다. 부산은행은 채용을 로비 대상으로 삼았다. 2015년 경상남도(道) 금고 유치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조문환 경남발전연구원장(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딸 채용청탁을 받고 단계별 점수를 조작해줬다. 그래도 합격권에 못 들자 합격 인원을 늘리는가 하면, 임원 면접에서 예정에 없던 영어면접까지 진행해 뽑았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마지막으로 수사망에 걸린 신한은행의 채용비리는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하고 있어 이번 사법처리 대상 발표에 들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드러난 문제점들을 금융감독원 등에 통보해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가 실효성 있게 마련되도록 할 것이며, 금융기관을 비롯한 공공적 성격의 사기업에 청탁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한 입법적 방안도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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