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화재 대피 교육 안 받았다”
남탕선 3명이 비상구 안내해 피해 줄여
제천 화재 참사 당시 2층 여성 사우나엔 대피를 도울 건물 직원이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발사 등 직원 3명이 합심해 손님들을 비상구로 인도하며 대피를 도왔던 3층 남성 사우나 상황과는 정반대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2층에선 20명이 숨진 반면, 3층에선 인명 피해가 1명도 없었던 걸 감안하면 인정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24일 소방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2층에 희생자가 유독 많은 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자동출입문 ▦목욕용품 보관 선반에 막혀 거의 보이지 않은 비상구 탓이 컸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자력 대피가 가능한 비상구 탈출이 봉쇄됐다는 점이다. 2층 비상구 위치를 아는 손님은 없었을 것이란 게 건물 직원과 생존자들 얘기다. 누군가 비상구 위치만 말했어도, 선반 사이를 비집으면 안에서 문이 열린다는 사실만 알려줬어도 귀중한 생명을 더 구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2층엔 건물 구조를 그나마 알고 있을 직원이 한 명뿐이었다. 이날이 마지막 근무였던 세신사 A씨는 일찌감치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직원 B씨는 “A씨가 평소 드나드는 등 비상구 위치를 알고 있었던 걸로 안다”며 “안내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직원이라도 더 있었으면 도움을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 그날은 A씨뿐이었다. 원래 세신사 두 명이 더 있었고, 매점 직원도 한 명 있었지만 얼마 전 해고됐다고 한다.
3층에서 10여명을 대피시킨 이발사 김종수(64)씨는 “여탕은 (비상구로) 안내할만한 사람이 한 명 밖에 없어 사고가 커진 것 같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남탕은 김씨와 매점 판매원, 세신사까지 총 3명이 손님들을 향해 대피하라고 소리친 뒤 비상구를 안내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사고 당시 건물엔 1층 사무실에 있던 건물주 이모(53)씨를 포함해 9명 직원이 있었다. 지하1층 기계실 2명, 1층 안내데스크 1명, 2층 1명, 3층 남성 사우나 3명, 4~7층 헬스장 1명이다. 층마다 올라가 “대피하라”고 했다고 주장하는 이씨와 3층 직원 3명, 그리고 헬스장에 있다가 불이 난 뒤 비상구 쪽으로 회원들을 유도하고는 8층에서 구조된 헬스클럽 대표 이호영씨 등이 손님들 대피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 안전 교육이나 훈련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정모(43)씨는 “법 상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평소 화재 대피훈련 및 비상구 안내 교육은 없었다”고 했다. 5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이 건물에서 일하다 2주 전 다시 근무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단 한번도 대피 매뉴얼을 공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제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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