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대응 매뉴얼 받았다”
1차 진술 거짓 이유 밝히며 반성
“K재단 기업 출연금, 崔가 지시”
재단 실질적 지배자 지목하기도
“고영태-崔, 내연관계 아니다”
“검찰 조사 전 안종범 전 청와대정책수석 보좌관으로부터 조사 대응문건을 받았다.”
“(스위스 유명 건설업체) 누슬리와 더블루K가 계약할 수 있었던 건 그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최순실 게이트’ 내부고발자로 불리는 노승일(41) K스포츠재단 부장이 법정에서도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를 실질적으로 소유ㆍ운영해 온 사실을 들춰내는 데 앞장섰다.
노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관련 7차 공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의 과오부터 인정했다. “검찰의 1회 진술조서 당시 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검찰 조사 전 안 전 수석 측 보좌관이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에게 2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건넸다”며 “문건에는 미르재단 직원들과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조사를 받은 내용이 간략히 나와 있고,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라거나 ‘모른다’ 식의 모범답안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대로 진술하면 문건이 청와대에 올라가겠구나 싶어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자기 반성을 끝낸 노씨는 이어진 검찰 측 질문엔 당찬 목소리로 최씨와 K스포츠재단ㆍ더블루K의 관계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누슬리와 더블루K가 계약을 체결한 경위를 아느냐”는 질문에 “김상률(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 전 수석 이런 분들이 누슬리와 접촉한 것으로 안다. 누슬리는 세계적인 업체인데 더블루K와 계약한 것은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차분히 진술하던 노씨는 ‘K스포츠재단 사유화’를 두고 최씨 측과 언성을 높이다 결국 쌓아둔 감정을 터뜨렸다. 노씨는 재단을 1,000억원 규모로 늘릴 수 있게 기업 출연금을 받아낼 기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점 등을 들어 최씨가 재단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한 반면, 최씨 측은 “최씨가 재단 돈을 쓰는 등의 이득을 취한 바가 없다”고 맞받았다. 노씨는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있는) 더스포츠엠과도 계약을 맺었다”며 “여기에 돈이 빠져나간 부분은 안 보이냐”고 반박했고, 최씨 측은 “계약은 정상 절차다. (증인의) 생각 말고 사실을 말하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씨는 감정이 폭발한 듯 “내 생각도 말 못하는데 (내가) 여기 왜 있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양측 분위기가 가열되자 재판부가 나서 “사실 관계만 차분히 말하라”고 진정시켰다.
노씨는 전날 차은택(48ㆍ구속기소)씨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변론에 나와 최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관계를 ‘내연관계’로 본 것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둘은) 사장과 직원의 관계이며 수직적 관계일 뿐, 그 이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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