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무력시위라도 하듯 북한이 24일 새벽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500여㎞를 날아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안쪽 해상 80㎞ 지점에 떨어졌다. 통상 SLBM이 300㎞ 이상 비행하면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에 비춰 북한은 이번 발사로 SLBM 비행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앞선 두 차례의 발사와 비교해도 이번 SLBM은 성능과 사거리 등에서 현격한 진전을 이뤘다는 게 한미 군 당국의 판단이다. 첫 시험발사였던 4월 SLBM은 30㎞ 상공에서 폭발했고, 7월 두 번째 발사 때는 물 밖으로 솟아올라 점화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10㎞ 고도에서 폭발했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이 수중 사출에서 점화까지의 ‘콜드런칭’ 기술은 일정 수준에 올랐으나 비행기술은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것으로 알려져 정상각도라면 사거리가 2,00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남한 전역과 주일 미군은 물론,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전략거점인 괌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늦어도 내년까지는 2,000톤급 신포급 잠수함에 미사일을 탑재해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당초 실전배치까지는 4, 5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던 우리 군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판단력이 한심스럽다. 당장 지상과 수중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북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북한의 육상 미사일을 겨냥하는 지상 킬 체인 구축은 빨라야 2020년에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나마 이는 탐지가 어려운 수중발사 탄도미사일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당분간 북한의 SLBM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다. 육상 미사일 방어망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온 나라가 갈가리 찢어진 사이 북한은 수중발사 미사일로 전후방 구분 없이 우리의 안보 근간을 뒤흔드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24일 끝난 도쿄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의 SLBM 시험발사에 대해 “관계 각국이 자제하기를 바란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반면 사드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강경자세를 고수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은 이제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전 세계적 위협으로 확산되고 있다. 안보태세의 전면적 재점검과 함께 강력한 외교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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